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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함. 게시일 : 2002/11/17 (일) AM 05:29:06 조회 : 7 서로간에 참으로 오랫만에 만나본 방돌이와 함께 숯불구이통닭에 맥주 두병을 시켜서 먹었다. 맥주 몇잔에 물론 양도 차지 않지만 그럭저럭 아른한 기분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역시나 오랫만에 먹어본 닭이어서 그런지 두시간쯤 자고 나서 속이 불편해서 잠이 깨 버렸다. 다시 잘려니 잠은 안오고 불현듯 든 생각 하나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급기야 4시가 좀 넘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전화기 들었다 놨다 하다가 그냥 샤워하고 랩에 올라와 버렸는데... 자다 깨서 들었던 생각중에 이런 것이 있었지. 내 사는 모양새가 알고 보면 참 초라한 것이더라는 것. 그런 생각이 가장 심하게 들었던 건 작년 봄쯤이었었지. 서른이라는 것이 애써 안그런 척 한다고.. 2009. 4. 20.
서른.. 누군가의 글 게시일 : 2002/11/14 (목) AM 02:29:42 조회 : 13 스물이 되기전부터.. 서른이 되면 뭔가 인생이 크게 달라져 있을거라고..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었지. 학창시절.. 교정을 누비며.. 서른이 되면 가정을 이루고.. 혹은.. 하고픈 일을 맘껏 하면서.. 그런 멋진 모습일거라 상상했었는데.. 스물다섯쯤이었던가.. 알게 되었던거 같아. 서른이 되어도.. 별다른 인생이 오지 않을거라는걸.. 내가 꿈꾸던 안정된 생활.. 단란한 삶터는.. 없을지도 모른다는걸.. 그래서인가.. 서른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리 슬프거나 번민이 일진 않는다. 마음속으론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던거야. 이 현실을 말야. 그래도..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는 되더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 친구들.... 2009. 4. 17.
새벽. 게시일 : 2002/11/13 (수) AM 04:18:19 조회 : 11 저녁에 세미나 준비를 하다가 잠시만 눈을 붙여야지 하던 것이 깨어 보니 4시가 넘었다. 큰일이군. 다섯시간 정도후면 세미나인데 아직 준비가 덜 됐으니.... 교수님 수업에 또 이상한 숙제가 나와서 그것도 해야 하는데... 뭔가는 끈덕지게 생각하지만 나오는 게 없어 큰일이다. 넌 혼란스럽다고 했던가. 정신나간 것 같던 이상한 날씨가 다시 제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바람이 차다. 외투 없이 돌아다니는 게 다시 힘들어졌다. 겨울병이 도지는 것은 도지는 것이고.. 역시 겨울은 정도껏 추워야 겨울이지. 2009. 4. 17.
입시. 게시일 : 2002/10/28 (월) PM 02:23:04 조회 : 7 해마다 이맘때면 바깥 세상은 수능이다뭐다 해서 대학입시로 시끌시끌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또다른 입시로 술렁술렁한다. 대학원 입시. 대학에 들어갈 때야 고등학생 내지 재수생. 기껏해봐야 아직은 어린나이고 부모님들도 지대한 신경을 쓰고 주변 사람들도 관심이 아주 많고 걱정도 많이 한다. "너의 인생을 결정짓는 거야" 하면서. 그런데, 대학원 입시라면 일단 제법 큰 사람들 (또는 다 큰 사람들)이 치루는 것이다 보니 대학입시처럼 시끌한 관심을 끌지는 못한다. 설령 떨어진다 해도 잠시 쪽팔리고 마는 것이고, 다른 살길을 찾는 것이 그다지 부끄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대학입시라면 그것이 무슨 등급을 메기는 일처럼 느껴져서 입시에 임하는 수험생.. 2009. 4. 17.
필연 대 우연 "나는 이렇게 우리의 사랑 이야기의 발단을 운명론적으로 해석했는데, 이것은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증명해준다 -- 내가 클로이를 사랑했다는 것. 우리가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결국 우연일 뿐이라고, 5840.82분의 1의 확률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동시에 그녀와 함께하는 삶의 절대적 필연성을 느끼지 않게 되는 순간, 즉 그녀에 대한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中에서. 2009-05-01 첨언: 결국 가장 명확한 명제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것 뿐이다. 아무것도 확실히 믿을 수 없다. 신뢰가 사라진 세상이란 끝없는 고통의 연속일 분이다. 2009. 4. 16.
마음이란게... 게시일 : 2002/07/22 (월) PM 00:50:24 조회 : 9 부처의 가르침에 의하면, 극락정토라는 것이 어디 별난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 사는 이 사바세계가 바로 극락정토요, 무간지옥이라는 것이 또한 어디 땅밑의 불구덩이, 얼음구덩이가 아니고 바로 우리 사는 이 세계가 그 지옥이라 했겠다. 모든 게 다 마음이 하는 바대로라지만, 범부의 눈에 그것이 어디 합당한 것이던가. 내 지금 괴로우면 내 몸 빼쳐서 가지는 못하지만 정토가 어디 있거니 하는 것이지. 어딘가 다른 곳에 가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는다면, 다만 누군가 기대어 잠시라도 눈치보지 않고 울어제낄수 있는 그런 것만이라도 바라는 것이겠지. 도굴하는 심정으로 남의 가슴 파헤쳐보지 않고서는 그 심정을 알아챈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은.. 2009.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