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4

서점의 기억 아마도 밤을 새게 될 예정. 아마도는 무슨... 확실히겠지. 쿠쿠 실상 따져보면 밤을 샌다고 시간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왠지 모르게 시간을 엄청 벌어 놓은 듯한 느낌에 가야 할 길에서 새서 괜히 딴짓도 좀 하게 되고, 새벽녘에는 잠시 눈도 붙이게 되고, 머리도 그다지 맑지 않은 상태다 보니 밤의 힘을 빌어 집중은 하게 될지 몰라도 같은 문장 여러번 읽기 같은 식이 되기 일쑤다. 오늘도 그런 식이다. 잠시 웹서핑 중에 울학교 서점에 관한 얘기를 읽었다. 책은 offline에서 직접 만져보고 몇 페이지 읽어 보고 사야 제대로 사는 거라고 그 사람 써 놨다. 그래서 아쉽다고. 언듯 든 생각에 내 기억 속의 서점이 어떠했는가를 떠올려봤는데, 일단은 차가 다니는 길가에 있다. 요즘 대도시에서 흔히 보는 깊은, .. 2008. 5. 22.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 없는 독" 오늘 집에서 할일 없이 뒹굴뒹굴하면서 미유키 아줌마의 소설 "이름 없는 독"을 다 읽었다. 이 책은 올 초에 판타스틱이라는 잡지를 정기구독하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책이다. 결국 이 책도 읽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군. 하긴 그 동안 이러저러 다른 책들을 찝적거리는 통에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 몇월호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판타스틱에서 이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실렸었는데, 그때 이 "이름 없는 독"이라는 소설에 대한 평가는 "잔잔한"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다 읽고 난 나의 소감도 "그래 참 잔잔하군" -.-;;이라는 거였다. 사실 이 소설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추리소설에 넣는 것이 가장 합당한지라, 추리소설이 잔잔하다는 말은 사실 그다지 좋은 평가는 아니다. 그래도 이 미유키라는.. 2007. 12. 24.
작가들의 연애편지 작가들의 연애편지를 읽다가 들었던 잡생각을 하나 썼었다. 몇시간 전에 화장실에 들고 들어갔다가 이내 몇 페이지가 남지 않았음을 알고는 랩 책상에 앉아서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끝에는 소설가 김훈의 글과 김동리의 글이 있었다. 읽은 책의 수가 부끄러울 따름이어서 다른 작가들은 거의 알지를 못하는데, 김훈의 글은 예전에 "칼의 노래"를 읽었을 때의 깊은 인상 때문에 금방 그 김훈이 그 김훈임을 알았다. 그의 문체에서는 짙은 우울함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헤매임이 있다. 김훈의 글은 원래 '섬앤섬'이라는 곳에 실렸던 글을 다시 실은 것이라 적혀 있는데 실제로 누군가에게 보냈던 것인지 편지의 형식을 빌어서 쓴 글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책 뒤에 엮은이가 써 놓은 것과 같이 편지글도 하나의 문학작품임을 인정.. 2007. 12. 10.
연애와 사랑 "기억과 추억을 구별하듯이, 나는 연애와 사랑의 경계를 알고 있다. 연애는 정신병적 징후이다. 몸 없는 마음의 질주가 연애다. 몸 없는 마음은 몸이 없어서 오직 상대방의 몸에 집중한다. 상대방의 몸을 광적으로 겨냥할 때, 상대방은 마음 없는 몸이다. 몸 없는 마음과 마음 없는 몸은 결코 만날 수 없다. K, 젊은 날의 내가 그러했다." - 시인 이문재 '길 위에서 몸을 생각하다' 중에서, 김다은 엮음 "작가들의 연애편지"에 수록 거의 일년 전 쯤에 산 책 "작가들의 연애편지". 본래 선물용으로 샀던 책인데 그냥 내 책장에 꼽혀 있었다. 일년이 넘도록 주인의 손길 한 번 닿지 않은 것이 불쌍하여 얼마전에 집어 들었는데, 꽤나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일단은 편지 한 편, 한 편이 그리 길지 않아서 침대에.. 2007. 12. 6.
읽기에 괴로운 책들 나는 대체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본래 책을 속독하는 재주는 없어서 진짜로 "훑어 보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경우가 아니면 아주 천천히 글자 하나하나를 씹어먹을 듯이 읽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을만한 책들을 신중히 고르는 편이기도 하다. 최근에 몇년 동안 틈틈히 하고 있는 일들 중에 하나가, 예전에 제목이나 저자에 대해서 들어는 보았지만 읽어보지 못한 유명한 책들을 읽는 것이다. 이런 식의 책 고르기는 다분히 앞에 말한 나의 느린 독서 속도와도 연관이 있다. 조금 더 얹자면, 나의 귀중한 시간을 별로 유익하지 않은 독서에 보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왠만하면 이미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검증받은 책들이 좋다. 그런데.... 오늘 부로 나는 이러한 나의 책 고르기 전술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함을 .. 2007. 8. 20.
파울로 코엘료 "11분" 터미널에서 차시간 기다리다가 집어든 책. 코엘료 아저씨의 "연금술사"를 감명 깊게 읽은 기억도 있고, 제목이나 서문, 표지 등에 쓰여진 글들이 인상적이어서 별 고민 없이 만원 가까이 하는 책값을 지불했다. 그런데... 솔직히 책은 별로였다. 작가가 뭘 말하려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단지 섹스라는 것이 성스러운 것이다? 창녀들을 매도하지 마라? SM은 좋지 않은 것이니 섹스에 심취 하더라도 그건 하지 마라? 아니면 성매매는 그다지 좋은 직업이 아니다? 책의 마지막이 흔해빠진 영화 같은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장이 몇 장 남지 않았을 때에는, '제발 그런 식으로는 끝내지 말아줘요, 코엘료 아저씨' 하고 애원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책값은 한 2천원 정도면 딱 맞을 것 같은 느낌. 그나마 책의 중간 .. 2007.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