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2 벨보의 죽음 찔끔 찔끔 읽느라고 진도가 참으로 더디게 나가던 푸코의 진자가 드디어 벨보가 죽는 장면을 지났다. 근데 이상하다. 예전에 읽을 때에 비해서 벨보의 죽음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화자는 까소봉이어도 이야기의 중심에 가장 가까이 있던 인물은 아마도 벨보일 텐데, 이상타. 가장 중요한 인물이 죽었는데 그게 그냥 그렇게 됐구나 하고 만다. 화자인 까소봉은 벨보의 죽음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게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예전에 읽을 때는 벨보의 죽음 직전으로 다시 돌아가 벨보가 죽는 장면을 글자 하나까지 뒤져가면서 다시 돌이켰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왠지 지루하고 재미 없는 풍경 묘사를 인내심을 발휘하여 억지로 읽는 느낌이었다. 음... 아마도 나는 중간에 이야기의 바다에서 길을 잃.. 2009. 10. 5. 푸코의 진자 푸코의 진자를 읽을 때에는 끊임 없이 진자를 떠올려야 한다. 에코가 책에서 진자를 언급하는 것보다 100배는 자주 떠올려야 한다. 예컨데, 한 챕터를 읽고 나면 떠올리고, 다음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인용문을 읽고 그 챕터를 읽기 직전에 또 떠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잡다한 그 이야기들의 바다에 구름이 끼고, 폭풍이 일고, 달도 별도 보지 못하고, 배는 파도에 엎어질 듯 흔들리고, 후려치는 비에 제 손조차 분간하지 못하다가 결국은 미아가 되고 만다. 사실 성당 기사단이나 장미 십자단의 전설 같은 것이 중심이 아니다. 푸코의 진자는 소설의 제목처럼 푸코의 진자가 중심이다. 중심을 놓치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무슨 책인지조차 잊어먹고 만다. 2009. 9.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