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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중에서, 상사병.. ------------------------------------------------------------------------------ 특히 사랑이라는 병은 괴질(怪疾)이기는 하되 사랑 자체가 곧 치료의 수단이 된다는 이븐 하즘의 정의는 인상적이었다. 이븐 하즘에 따르면, 사랑이 괴질인 까닭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인가! 나는 그제서야, 그날 아침 내 눈에 보인 것들이 그렇게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던 까닭을 이해했다. 안치라 사람 바실리오에 따르면 사랑은 눈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병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들뜨거나, 혼자 있거나, 혼자 있고 싶어하거나 (그날 아침, 나는 얼마나 혼자 있게 된 것.. 2004. 6. 25.
면죄부 누가 글을 썼는데, "정치는 어려운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정치는 어려운 것이고 외교는 정말 골때리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러라고 뽑힌 사람 아닌가. 그게 어려우니까 그렇게 피터지게 말싸움 해가면서 어려운 일 할 사람 뽑은 거 아닌가. 그런데 이제 와서 "정치는 어려운 거 아니겠습니까" 라고? 그게 왜 면죄부가 되어야 하는 거지? 2004. 6. 25.
인내 1 얼마전부터도 그랬지만, 나라는 나약한 인간의 인내력이 어느정도나 되는지 정말 궁금해졌다. 저녁을 먹고 마지막 담배를 피고 잠에 들었는데 11시나 되어서 일어났더니 그 아쉬운 느낌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샤워를 하고 TV를 보고서 12시가 넘어서 랩에 올라오는 길에 담배를 살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참았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밤새 먹을 컵라면, 쿠키, 미니 소시지 등을 사다가 담배를 살까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담배를 사지 않으면 밤새 참을 수 있을까?" "오히려 밤새 전전긍긍하면서 결국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보험을 드는 셈 치고 담배 한갑을 샀다. 그리고 의례 랩에 올라오는 길에 하나 피웠을 것을 참았다. 아무도 없는 랩에 들어와서 불을 켜고 에어콘을 켜고 쌓여 .. 2004. 6. 15.
사고 매스컴에서 아는 사람의 이름을 듣는다는 사실은 생소한 일이다. 애초부터 매스컴을 통해서 알았던 이름들은 매스컴을 통해서 들리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그렇지 못했던 이름이 매스컴을 통해서 귀에 들릴 때는 둘 중에 하나를 해야 한다. 기뻐하는 것, 슬퍼하는 것. 오늘 저녁 9시 뉴스에 사고 소식을 듣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경북대가 대장을 하고 포항공대, 부경대 등등의 교수 몇명이 참여해서 MSRC라는 센터를 조직해서 나라에서 돈을 타 먹는 것이 있는데, 그 중에 부경대쪽 담당 교수님이 유명을 달리 하셨단다. 톨 게이트에 서 있는 차를 트럭이 와서 들이 받았다는데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뉴스를 듣고 랩에 올라오는 길에 생각이 많았다. 그렇게 허무하게, 그렇게 갑자기 갈 수도 있구나. 그런 일이 나에게.. 2004. 6. 10.
deadlock 운영체제론에서 말하는 deadlock이란 이런 것이다: A는 B가 일을 마치고 자리를 비워줘야 B의 자리로 갈 수 있다. B는 C가 일을 마치고 자리를 비워줘야 C의 자리로 갈 수 있다. C는 A가 일을 마치고 자리를 비워줘야 A의 자리로 갈 수 있다. 이 상황에서 A, B, C는 아무것도 못하고 서로를 기다리기만 한다. 이 처럼 뱀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것처럼 서로를 기다리기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고 누군가 바깥에서 이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이 상태로 있게 된다. 나의 상태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뭔가 하나를 시작하려 하면 다른 중요한 일이 눈에 띈다. 그 다른 중요한 일을 하려 하면 또 다른 일이 눈에 띈다.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물어가다가 결국은 처음에 하려고 했던.. 2004. 6. 9.
아르바이트 오늘 누군가를 만났다. 아르바이트 거리가 있다고 제발 좀 해 달라는데 밍기적 밍기적 뻐팅기다가 "글쎄요" 이상의 대답은 해주기 힘들다고 해 버렸다. 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아르바이트 거리를 쫓아다닌다던데 나는 저절로 굴러들어온 아르바이트 거리를 차 버리다니. 그 사람이 매달릴 때는 정말 "시간 내기 어렵겠지만 한번 해 볼께요"라고 할 뻔 했다. 하지만, 내 사정을 내가 잘 아는데, 지금 나의 상태에서 그 아르바이트 덥석 물었다가는 괜히 골치만 아프기 십상이다. "아.. 그래도 한번 해보겠다고 할 걸 그랬나. 아니지..." 하는 갈등을 꽤 오래 겪어야 했다. 젠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자. 내 코가 석자인데 무슨 아르바이트. 2004.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