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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인내 1

by Lbird 2004. 6. 15.
얼마전부터도 그랬지만, 나라는 나약한 인간의 인내력이
어느정도나 되는지 정말 궁금해졌다.

저녁을 먹고 마지막 담배를 피고 잠에 들었는데 11시나 되어서
일어났더니 그 아쉬운 느낌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샤워를 하고
TV를 보고서 12시가 넘어서 랩에 올라오는 길에 담배를 살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참았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밤새 먹을 컵라면, 쿠키,
미니 소시지 등을 사다가 담배를 살까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담배를 사지 않으면 밤새 참을 수 있을까?"
"오히려 밤새 전전긍긍하면서 결국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보험을 드는 셈 치고 담배 한갑을 샀다. 그리고 의례 랩에
올라오는 길에 하나 피웠을 것을 참았다. 아무도 없는 랩에 들어와서
불을 켜고 에어콘을 켜고 쌓여 있는 메일 몇통 확인하고 포스비에
새글 몇개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웹에 떠 있는 글들 확인하고...
그리고서 오늘 밤 하고자 했던 일을 시작하려는데, 뭔가 찜찜하고
화장실에서 큰일 보다가 그냥 뛰쳐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뭔가
해야 하는 것을 안 한 것 같은데. 그래 생각났다. 저녁먹고 담배를
피고 나서 아직까지 안 폈구나. 그리고 드는 생각이 참 당혹스럽다.

"내가 지금 왜 담배를 참고 있는 거지?"

공격이란 이런 것이다. 담배를 피우고 싶도록 만드는 것보다, 담배를
참아야 하는 이유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격이고 나는 그 공격을 지금 이런 쓸 데 없는 글 하나 올리면서
참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올리고 나서 바로 가서 담배 한대를 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만큼 공격은 끈질기고 나는 인내력 없는 나약한 인간이다.

나로부터 나를 방어하기.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일이고 평생을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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