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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군대 동기들

by Lbird 2004. 7. 27.
96년 1월 군번들. 당시 춘천에 위치한 제21통신대대 무선중계중대의
내 동기는 나까지 세명이었다. 나, 남경태, 남경록. 저 두 녀석들의
이름을 아직까지도 잊지 않은 이유는, 도저히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
지지 않을만큼 괴로웠던 그 2년 2개월 동안 동기라는 이유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던 존재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경"태, "남경"록,
이름 앞 두자가 같아서 형재 아니냐는 소리가 곧잘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았던 시기에는 나가면 연락하자는 말도
종종 했었지만, 실제로는 전역이후에 한번도 연락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때 주고 받았던 연락처--라 해봤자 학교, 학과, 집전화번호
정도였던 것 같다. 그당시에 삐삐는 있었던가?--도 당근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동기.... 동기라는 낱말이 상기시키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오늘 저녁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저 두 녀석들이 어찌 사는지
궁금해졌다. 무슨 계기가 될 만한 사건이 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아마도 후배의 싸이 홈피를 뒤적이다가 군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무엇
인가를 보았는지도.. 어쨌든,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싸이를
열어두고 있었고, 요즘엔 전국민이 싸이질을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전국민이라는 건 거짓말일지 몰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들과 적당한
교류가 있는 대다수의 10~30대는 싸이에 홈피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충 찍은 출생년도와 이름과 사진첩에 있는 사진들로 그 녀석들을
찾아냈다. 1975 남경태, 1976 남경록. 그 녀석들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아... 그때는 파릇했을 녀석들의 그 삭은 모습이란..


잠시 군대 있던 시절을 생각하다가, 기분 나쁜 기억들이 올라오기 전에
서둘러 손을 휘휘 저어 생각을 지우고, 글 하나를 써서 오늘의 특이한
감정상태와 내가 한 역시 특이한 행동을 기록으로 남긴다.

군대 기억은 이제 다시 상자에 넣고 자물쇠를 채워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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