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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가면

by Lbird 2004. 8. 12.
처음 가면을 쓰게 되는 동기는 간단하다.

"창피해서. 이걸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줘. 난 너무 못났어."

그런데 사실 남들도 모두 못났다. 다들 근사한 가면을 쓰고 있었을 뿐이다.
그걸 모르던 어린 시절, 사람들은 남들과 닮고자, 그런 식으로 가면을
처음 쓴다. 위선의 가면을 쓰고 남들 앞에 서고, 구석에서 가면을
벗으며 자신을 비하한다. 그러면서 가면은 점점 두꺼워진다. 세상 어디에서
가면을 온전히 벗은 채로 남의 얼굴을 대할 곳이 있을까. 그런 장소를
찾아, 혹은 그럴 만한 사람을 찾아 평생을 보내는 것이 인생이겠지.

얼마전에는 가면 벗은 것을 보이기 싫어하는 누군가 때문에
가슴 앓이를 한 적이 있다. 그도 나도 한동안은 가면을 벗을 일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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