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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가을 비

by Lbird 2004. 11. 2.
비 참 조용 조용히도 내리지.

어제는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어디선가 우울 모드에 접어들어서
혼자서 맥주에 기댈 누군가를 생각하자니 걱정도 되고 당장 내가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밤새 근심을 했다. 두시간이나 잤을려나.
월요일에는 시험도 있어서 충분히 잠을 자 뒀어야 했는데.

결국 월요일 내내 피곤한 상태에다가, 시험 문제는 또 왜 이리 모호한지.
교수님이 묻고자 하는 바는 어렴풋이 알겠지만 문장이나 어휘의 선택이
아무리 봐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2시간동안 보는 시험에서 1시간 반이나
지났을 시간에는 그동안 자주 오지 않던 광고 전화가 두번이나 울려서
문제에 당황하고 전화기 진동에 당황하고...

저녁 먹고 랩에 앉아서 시험도 봤고 이제 쌓아뒀던 논문이나 좀 읽어볼까
하는데 밀려오는 피로에 도저히 버티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기분 전환이나
해볼까 하고 며칠전부터 종종 하던 게임 카드라이더를 좀 하고, 여기저기
웹 페이지를 뒤적거리고, 포스비에 글들을 확인하고, 아는 사람들 싸이 홈피를
기웃거리고 7시였는지 8시였는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논문 몇개
집어들고 방으로 갔다.

마침 지갑에 돈이 떨어졌는데 돈 찾으러 가자니 수수료도 아깝고 귀찮기도 하고
방돌이를 졸랐다. "맥주 사 조!" 타이밍이 안 맞는지 마침 방돌이도 돈이
없단다. 맥주 먹을 생각을 했다가 못 먹게 되니 맥이 풀린다. 그래도 다행이랄까.
TV를 쳐다보고 있자니 잠이 밀려온다. 그래. 잘 됐다. 일단 잠부터 자고 보자.

푹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2시가 되기도 전에 잠이 깨 버렸다. 이 한밤중에
깨면 곤란한데.. 밤을 새자니 다음날이 걱정이고 또 자자니 이미 깨 버린 잠이
다시 올 것 같지도 않다.

뒤척 뒤척..

결국 랩에 올라왔는데 가랑비가 내리는 것이 마음도 심란.
조금전에 담배 피러 바깥에 나갔더니 가랑비가 제법 비답게 변했는데
그래도 참 조용히 내린다. 건물 앞의 백열등 불 빛 아래로 조용히 내리는
비를 쳐다보고 있자니, 누가 일부러 연출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든다.
마음에 드는 광경이야. 여기서 조용한 음악이라도 흐른다면 딱이겠는데.

몇자 끄적이다 보니. 랩에 더 앉아 있질 못하겠다. 아까 들고 내려갔다가
펴보지도 못했던 논문들을 다시 들고 방에 내려가야겠다. 아니다. 어차피
읽지도 않을 논문들. 책상의 책꽂이에 있던 베르베르의 백과사전이나
들고 내려가야겠다. 아침까지 잠이 안 오더라도 동이 트는 건 방에서
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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