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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김질

밤..

by Lbird 2009. 4. 7.
게시일 : 2002/06/11 (화) AM 02:08:14     조회 : 7

흔히들 말하듯, 인간은 "문명"으로 밤 사이에 밤이
없는 공간을 만든다. 밤이 돌아오면 밤이 의도하지 않은
공간들이 군데군데 얼룩처럼 나타나지만
본래가 밤은 은닉의 시간이다. 어찌본다면 인간이
그 "문명"으로 밤을 몰아내는 행위자체가 오히려
밤의 감추고 덮어버리는 속성을 부각시키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는 밤하늘보다는 별이 들어찬 밤하늘이
어둠에 대한 공포감을 더 자극한다는 심리학적인
결과와도 부합되는 이야기다.

밤은 많은 것들을 감추고 마치 그것이 영원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처럼 느끼게도 하지만
결국 밤도 제시간이 다하면 물러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은닉은 본래 추한 것이다. 그 추한 모습 또한 그저
밤동안에 감추어져 있던 것 뿐이다. 인간의 현대적인 도시는
대개 밤에 가장 활발하다. 낮동안 온몸을 드러내다가
밤이 되면 완전히 몸을 감추는 것과 달리, 약간의
장소이동만으로도 몸을 드러냈다가 밤의 어둠에
숨었다가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대 도시의
인간들이 밤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숨고 싶은 본능...
아마도, 문명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밤을
완전하게 몰아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손쉽게 숨는
변태적인 즐거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밤의 도시의 추함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순간은 밤이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번화가에 아침이 오면, 밤은 마치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는 듯이 인간들이 배출한 추한
배설들을 그대로 팽개치고 달아나 버린다. 도시의
환경미화원들이 동트기 전부터 청소를 시작해야하는
이유도 아마 그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밤동안의 습성은 참으로 근시안적이다.
당장 자기 눈앞에서 무엇인가를 슬쩍 감출 수 있고,
도시의 거대함에 힘입어, 그것이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속이기도 하니까. 어차피 너, 나를 구분한다는 것이
개인사이에나 중요한 것이지, 도시 자체를 놓고 본다면
모두가 하나이다. 어차피 인간이 아니면 그런 쓰레기나
배설을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버리는 존재가
없고 보면 말이다.

늦은밤 길을 가다가 어두운 구석에 침을 뱉으려다가
들었던 쓸데없는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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