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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대세에 대해서...

by Lbird 2005. 4. 12.
어딜 가나 대세에 편승하면 육체적, 심적 고통이 덜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제껏 살면서 대세와는 약간씩 빗나간 태도를
유지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내 사는 모양새가 이리 피곤한 것도
다 그래서인 것 같다.

하지만, 대세에 별 생각 없이 편승하면 고통은 덜할 지 몰라도
똥 싸고 밑 안 닦은 것처럼 찝찝한 기분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내가 주변에 좀 무관심하고 혼자 놀기를 즐겨하는지라
남들 다 한다고 따라 한다는 것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남들이 다하니
따라 해야 하는 경우는, 모두 즐거워 보자고 웃고 떠드는, 별 생각
없어도 되는 사교 모임이나, 술먹고 떠드는 경우나, 옷을 사야 하는데
대세가 그거라 다른 디자인은 도저히 없을 때라거나 -.-;;, 암튼,
스스로 고행을 자초하려는 것이 아니면 너무 불편하거나, 또는
대세를 따르더라도 별로 찝찝하지 않을 때였던 것 같다.

아하, 그런데 얼마전에야 깨달은 사실은, 나도 실은 나를 중심으로 하는
대세를 만드는 데에 항상 목말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대세가 되면 찝찝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고통을 줄이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그전에는 왜 몰랐을까. 나는 내가 충분히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는 가치라는 것이
너무 뜬구름 잡기 식인지라, 사람들이 들으면 그냥 조용히 고개 한두번
끄덕이고는 계속해서 자기 얘기를 한다거나 -.-;; 혹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얘야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인 공간이 아니란다."라는 의미의
2-3분 정도의 타이르기를 한다거나, 뭐,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무정부주의자가 봉건주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벌써
몇년을 보낸 것인지. 그 동안 대세를 이루고 나의 주장이 사소한 것이거나
또는 다소 억지가 있는 것이어도 무게감 있게 전달 되는 것에 쾌락을
느꼈던 것 같다. 논리로 승부하기 보다는 "자리"라는 것이 주는 힘을
쓰길 좋아하고, 불리한 논의들은 조용히 처리하고...

몇 분을 조용히 생각해 봐도, 나는 대세가 될 의견은 가지고 있지 못하고,
나의 의견을 대세로 만들 만한 힘도 의지도 없다. 이제 그만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조용히 뒤로 물러 앉아 세를 이루는 데 신경 쓰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그렇게 사는 게 좋겠다.
미래는 후배들만의 것이 아니며, 그 미래가 가깝다면 분명 나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것이지만, 나의 몫이 아니다.

조만간 끝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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