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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복구 계획

by Lbird 2009. 3. 13.

날이 갈 수록 예전에 잃어버린 것들이 안타깝다. 얼마 전에 neoworld 게시판 글들을 일부 발굴한 이후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티스토리로 옮겨 오면서 싸 들고 온 짐들 중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지워버린 글들을 복구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게 좀 귀찮은 일이 됐다. 그 당시야 다시 볼 마음이 없어서 지우는 것인지라, 지우는 글들을 따로 보관할 생각은 당연히 하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백업해 놓은 티스토리 데이터(xml로 돼 있음. 구조는 파악하기 어렵지 않음. 예전에 이사할 때도 들여다 봤었음. 오케이. 굳~!)에서 지금은 지워진 글들만 따로 추려내는 것이 주된 일거리다.

어쨌거나 xml 다루는 일이 늘상 하는 익숙한 작업은 아니라서 점심 먹고 커피 한잔 마시는 동안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 ^^

버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버리고 난 후에 닥쳐오는 후회. 그런 것들이 결국은 일거리로 돌아온다. 이건 아마 평생 떨쳐내지 못할 고질병이 될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히 비워내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사실 그것도 그리 성공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잊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실상은 잊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법이다. 비워내는 것도 어렵고, 없애고 나서 다시 찾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면 커다란 창고에 그냥 쓸어 넣고 없어지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커다란 창고가 있을 때 얘기겠지만. 차선책이라면, 인간의 뇌를 믿고, 잊혀질 것이라면 어찌해도 잊혀질 것이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면 어찌 발버둥을 쳐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냥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겠지. 그런데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거다. 인간이니까.

어렵다 타령 뿐이네. 사실 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살면서 어려운 것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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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댓글4

  • 산야초 2009.03.14 12:11

    저는 잘 버리는데 잘 안버리는 것이 더 나은 버릇같아요. 지나고보면 없애버린 것들이 정말 절실하게 보고싶어질때가 있는데 이미 세상을 떠나버려서 참 허망합니다. 그 허망함.. 참 어쩌지못하는것이지요. 특히 편지나 글들이 그러더라고요.잘 복구해보셔욤..^^
    답글

    • Favicon of http://www.lbird.net BlogIcon Lbird 2009.03.15 21:02

      지금도 기숙사 책장 제일 높은 곳을 보면 작은 쇼핑백 가득히 옛날 편지들이 들어 있지요. 받은 편지들하고 보내지 못한 편지들에 십년은 지나서 지금은 쓸모가 없는 전화번호 모음이라든가 어쩌다 보니 앨범에서 빠져 나온 꾸깃한 사진들까지 있지요. 편지들은 지금 보면 민망해 지는 것들이라 자주 꺼내 보진 않지요. 신기한 것은 편지들의 삼분의 일은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라는 겁니다. ㅋㅋ 또 다른 쇼핑백에는 고3시절부터 쓴 일기장들이 들어 있는데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마련하고부터 잘 쓰질 않았으니 거의 7,8년치 일기들이지요. 일기들은 편지에 비하면 그 민망함이 상상 이상인지라 꺼내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다 버리지 못해 방을 몇 번 옮기는 동안에도 다 가지고 다닌 것들이지요. 일부는 어느 봄날에 학생회관 베란다 한 켠에서 재로 산화해 버렸는지라 지금 돌이켜 보면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와지고 그럽니다. ^^

  • 산야초 2009.03.15 22:26

    그 흔적들을 스스로야 민망히 여기지만 남들 가슴은 적잖이 울리는 것들이 많을것같습니다. 꽁꽁 싸매둔 자식같은 편지며 일기들.. 아직 살아남은 그들에게 광명을..^^ 세상빛을 보게해주심이 어떠하실지.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