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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블로그 vs 커뮤니티

by Lbird 2007. 12. 4.
예전에, 그러니까 대충 세기가 바뀔랑 말랑 할 때 쯤에는, 홈페이지라는 것이
꽤나 신선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친구라든가, PC 통신에서 만난 사람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하면, 의례 집들이에 찾아가듯이 방문을 해서
어느 홈페이지에나 다 있었던 방명록에 글을 남기곤 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해도 얼마간 시간을 보내면 딱히 할 게 없었으니, 아는 사람들의 홈페이지를
북마크 해 놓고 종종 들러서 게시판에 글도 쓰고 했었지. 그러다 보니, 개인
홈페이지라고 해도 일종의 커뮤니티의 역할을 했었다. 특정 그룹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발길이 많이 머무는 홈페이지에 사람들이 모여서 소식도 나누고 잡담도 하고
딴 사람 글에 장난질(ㅋㅋ)도 좀 치면서 친목을 도모했다. 잘 나가는 홈페이지들은
여러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들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홈페이지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만나기도 했었다. 더러는 소위 "비밀 게시판"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알만한
사람들만 모여서 그들끼리의 긴밀한 이야기를 전하고는 했다. 그런 비밀 게시판에
끼이고자 새로이 사람을 사귀고 그 그룹에 드디어 편입하여 비밀 게시판에 쌓인
글들을 읽노라면,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뭔가 성취감(?) 같은 것도
느끼는 것이었다.

어쨌건, 옛날에는 커뮤니티 사이트와 개인 홈페이지를 칼로 자르듯 반듯하게
나누기가 애매했었지.

그런데, 요즘에는 혼자서 글 쓰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서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그 글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읽어본다. 더러는 검색 사이트를 통해서 들어온
사람들이어서 자기 필요한 글만 읽고 나가기도 하고, 잘 아는 사람이어도
블로그라는 곳이 너무 열려 있는 공간이다 보니(검색 사이트의 관점에서 본다면
글 쓰는 순간 출판해버리는 꼴이다.) 댓글을 잘 안 달기도 하더라. 그러다 보니
그냥 혼자서 글 쓰고, 누군가 읽겠지... 하고 자기 위안을 한다. 개인 홈페이지에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던 시대는 가 버린 듯하다. tatter tools 기반의 블로그들이
모이는 eolin 같은 사이트에 가봐도, 사람들이 꽤 많이 읽어본 글인데도 불구하고
댓글은 기껏해야 한둘 정도인 경우가 아주 많다. 물론 나도 eolin 같은 곳에서
어쩌다 클릭해서 읽게 되는 블로그 글들에는 선뜻 댓글을 남기게 되질 않더라.

대신에 이제는 아예 대 놓고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사이트가 많이 생긴다.
블로그도 팀 블로그라는 것이 생겼다. 포털들마다 카페라는 것을 제공한다.
분명 편하고 좋긴 한데, 옛날 처럼 아기자기한 맛은 많이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사이트의 역할을 하던 홈페이지들 대신에, "작정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생긴다. 개인 홈페이지 시절에야
어차피 자기 아는 소수만 들르는 것이니 일이 어떻게 돌아가던 그리 크게
신경 쓸 것이 아니었는데, 요즘처럼 작정하고 카페라도 만들고 나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방문자 수에
하루하루 일희일비하고, 회원 가입에 신경 쓰고,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출석 글"을 남기는가도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기술적으로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기가 더 쉬워진 게 맞지만, 체감하기로는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듯하다.

블로그는 철저히 혼자서 떠들고, 커뮤니티는 작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뭔가 더 삭막해졌다. 우연히 검색 엔진 타고 들어간 사이트에도 방명록에
한줄 남기고 오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으려나.

ps. 써 놓고 보니, 이건 순전히 겨울 다가오고 옆구리가 시려서인거 같다. -.-;;;
ps2. "겨울 다가오고"가 뭐야. 이미 겨울이잖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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