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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world 복구

테크놀로지

by Lbird 2004. 5. 18.
내 핸드폰의 문제인지 011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심심찮게 문자가 지연된다. 하루전에 보낸
것이 이제야 도착하기도 하고 말이야. 얼마전에도
후배녀석이 뭐 물어볼 것이 있다고 전화를 했는데
처음에 하는 말이 "왜 문자 씹어요!"
라는 것이었다. -.-;; 그런데, 내가 씹었다던 그 문자는
그 후배랑 통화하고 몇시간이나 지나서야 도착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반나절은 지나서 도착한 셈이지.
본의 아니게 이상한 사람이 돼 버렸지.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라는 것이 좀 편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복잡해져서 오히려 골치아픈 경우가 많다. 특히나
그 기술이라는 것이 완벽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 하지. 그런데
불행히도 기술이라는 것은 많은 경우에 불완전한 거야.

연인들의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예전에야 어찌어찌
전화들을 해도 아슬아슬한 첩보전처럼 스릴이 있었지. 야밤에
집전화를 쓰면 식구들이 깰 테니 둘 다 전화기 옆에 붙어 앉아서
미리 약속된 시간에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수화기를 집어 드는 거지.
어쩌다 약속이 맞지 않아서 집안 어른이 전화를 받게 되면
또 진땀 빼는 에피소드가 생겨 버리고 말이야.

요즘에야 굳이 전화를 걸지 않아도 목소리를 전할 방법은 몇가지가
있지. 그리 자주 이용되는 건 아니겠지만. 또 꼭 목소리가 아닌
이메일이나 웹 게시판 같은 것들의 홍수로 신경만 쓰면 거의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지. :) 이제는 통로가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프게 된 것 같아. 같은 이야기를 웹 게시판에 써야 하는지 문자를
날려야 하는지, 아니면 전화를 해야 하는지...
더 많은 기회라는 것은 더 많은 골치거리와 동행하게 됐어.

사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요즘이야 편하게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편하지 않을 때도 있고 심지어 예전엔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 내지. 예를 들어 아래아 한글로 작성한
문서가 버젼이 다르면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고 의도한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예전 같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거리들을 안겨주기도 하지.

누구 왈.. 내가 꼭 50먹은 사람처럼 이야기 한다지만, 그래도 이런
말은 해야 할 것 같아. :)
세상은 변하지만 결코 한가지 방향으로만 변하지는 않는다고 말이야.

기술 때문에 편해진다지만 오히려 기술 때문에 불편해지기도 하고
골치만 늘기도 하고, 세상의 부는 점점 늘어난다지만 상대적인
빈곤은 오히려 절대적인 빈곤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내고,
마침내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지만 오히려 더 많은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말이야.

안빈낙도, 무위자연. 무릉도원은 아니라도 경계좋고 물 좋은 곳에서
나와 피붙이 몇명의 삶만을 바라보면서 살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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