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oworld 복구

바람 불던 날

by Lbird 2004. 3. 30.
오늘은 바람이 꽤나 불더구나. 낮에는 여름이 당장이라도 올 것처럼
덥더니, 해가 떨어지고 나서는 바람이 스산한 것이 다시 겨울이
"아직 아니야!" 하면서 올 것 같았지. 어제 내린 비로 꽃잎도 많이
떨어져서 벚꽃 나무가 늘어선 폭풍의 언덕 길가는 온통 희끗희끗했다.

봄이다. "봄날은 간다"를 보고 난 후부터는 봄이라는 것이 설레임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어. 왠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이, 겨울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대륙의 끝자락에 달린 우울한 판타지의 순간으로 느껴지는 거야.
날씨가 갑자기 포근해지고 나른한 바람이 낮동안 불다가 서늘한 바람이
저녁에 불고. 찬란한 태양이 비추는 동안 온세상을 장식하고 있던 꽃들이
노을과 함께 우울함으로 다가오는 시간이지.

봄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Secret Garden이나
김윤아의 음악에 빠져들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인간 세상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세상의 모든 예술이 빛을 보지 못했을 거라는 말을
이해하고 나서겠지. 이것이 나이 드는 증거인지는 모르겠다. 세상이
늘 희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서겠지. 그만큼 세상에서
생채기를 꽤나 입고 나서부터겠지.

---------------------------------------------
사랑,

빛나던 이름,
그리운 멜로디,
아련히 남은 상처,
지울 수 없을.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그 마음의 사치에
그는 더운 가슴도 찬란한 청춘도
내일이 없는 듯이 소모해버리고
그의 마음엔 온기가 남지 않고
그의 두 눈엔 눈물이 남지 않고,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그 마음의 사치에
가진 모든 것을 다 소모해 버리고
그에겐 아무 것도 남지 않았지.

그날 이후 나는 죽었소.
눈물 대신 말을 그는 토하고
피도 살도 영혼도 내겐 남지 않았소.
죽지 않은 것은 나의 허물 뿐.
사랑,사랑,사랑,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그 마음의 사치에
가진 모든 것을 다 소모해 버리고
그에겐 아무 것도 남지 않았지.
남지 않았지.
남지 않았지.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 아닌 것을.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 아닌 것을.

'Neoworld 복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크놀로지  (0) 2004.05.18
크로포트킨  (0) 2004.05.11
포스비2  (0) 2004.03.20
김윤아. 김윤아.  (0) 2004.03.13
크로포트킨  (0) 200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