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 저런...

관성

by Lbird 2004. 6. 2.
고전역학의 중요한 몇가지 법칙 중에서 관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움직이던 물체는 그 속도 그대로 계속 움직이려는 성질이 있다."

위대한 법칙이다. 그리고 이것은 꼭 물리학에서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람
의 정신이라는 것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까지의
것을 가능한 바꾸지 않으려는 성질도 있다. 이것은 의식의 수면 위로 들어날 수도
있고, 무의식 속에 잠겨 있을 수도 있다. 생활습관이 달라져야 하는 상황인데도
무의식적으로 예전의 습관을 지속하는 경우이다. 이것을 바꾸려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지난주까지 꽤나 정신없는 일상을 살았다. 그래서 주말이면 기를 쓰고 놀려고 했
는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토요일에 내가 그토록 지겨워하던 한가지 일에 중간 매
듭을 지었다. 가장 짜증나는 부분을 끝냈으니 남은 부분은 좀더 수월하게 할 수가
있고, 일이 떨어지는 빈도고 보다 간헐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하는 행동거지를 관찰하고서 나는 작은 충격을 느꼈다. 그동안
일하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공부를 몇달이나 못했지만, 오늘 남는 시간에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주간 앞에 말한 짜증나는 일 한가지 때
문에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였으니, 나는 아무래도 "일"이라는 관성에 빠진 모양이
다. 관성에 의해서 일을 했고, 관성에 의해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공부
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할 것 같다.

방금 든 재미 있는 생각 한가지는, 요즘 아이들이 혼자서 공부할 줄 모르는 것을
내가 탓했지만, 지금의 내가 바로 "공부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공부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은 물론 정확한 표현은 아닐 수 있다. 나는 공부를 할
줄 모른다기보다 잊어버렸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모르는 것이든 잊어버린 것이든 그 결과의 모양새는 너무 닮아서 구분하기 힘들
다. 어디 가서 공부하는 법을 배운다. 누군가 나를 다그쳐서 공부 좀 하라고 해줬
으면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지금 내 주위에 공부 좀 하라고 다그치는 사람은 커
녕, 오히려 그 남는 시간에 일 좀 하라고 할 사람만 있다. 세상은 냉정하고 자신
의 이익이 되지 않는 한 내 공부에 신경 쓸 사람은 없다.

어쨌든...

관성을 깨라!

'이런 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메일......  (0) 2004.06.06
우울  (0) 2004.06.03
새로 시작하는 것  (0) 2004.06.02
귀에 여드름  (0) 2004.06.02
6월에는  (0) 200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