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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새로 시작하는 것

by Lbird 2004. 6. 2.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 만큼 설레이고 두려운 것은 없다.
그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것이니까.

인간은 미지의 것에서 공포를 느끼게 마련이다. 막연히라도 알고 있는 사실, 또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모양새를 파악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 공
포가 훨씬 덜하겠지만, 전혀 모르는 것을 시도할 때는 극도의 공포와 흥분을 느끼
게 된다. 수 많은 공포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들도 인간이 모르고 있는 것들
이다. 그렇다면 "무서운 맹수"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그것
은 맹수라는 것이 미지의 것이기 때문이기 보다는, 맹수라는 것이 살아 있는 인간
은 아무도 모르는 "죽음"이라는 것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주로 두려움이라 이야기했지만, 이 두려움이라는 것은 호기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
다.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두려움을 느끼는 그 미지의 것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
심이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봤던 전설의 고향에서 튀어나오는 귀신의 모습에 공포
를 느끼지만, 동시에 그 귀신의 모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대부
분의 어린애들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눈만을 빼꼼히 내 놓고는 언제든지 눈을 가
리고 외면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TV를 응시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사람 사이의 새로운 관계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수도 있다. 하지
만, 나이가 적당히 먹은 사람들은, 혹은 비슷한 관계를 이미 경험했던 사람들은
희미한 두려움 밖에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을 느끼는 만큼 호기심을 느낀다. 호기
심은 설레임으로 통하고, 은근히 그런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게 된다. 어떻게 전개
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에서 느끼는 두려움 만큼, 어떻게 될지 궁금함을 느끼는 것
이다.

두려움, 호기심. 굳이 합쳐 부른다면, 함께 "긴장"이라는 말로 나타낼 수 있을까.
긴장... 인간 사이의 관계에는 더 이상 긴장하지 않을 만큼 편안한 관계도 있고,
또 그것을 선호하는 상황도 생긴다. 또한 그 만큼이나 바짝 긴장해야 하는 관계도
있고, 그런 긴장이 전혀 없는 관계만 맺고 있는 인간이라면 그 삶도 무미건조하게
된다.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설레임도 없다.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는 한가지 더 흥미로운 것이 있는데,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람
과의 관계가 이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야 그전부터
알고 있다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만 변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두려움이나 호
기심, 혹은 긴장, 설레임을 느낄 수 있을까? 혹은, 사람은 그대로여도 관계는 전
혀 새로운 것일 수 있다는 나의 생각이 틀린 것일까?

태어나 30년을 살아왔고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 많은 관계를 맺었지만
이것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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