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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회복

by Lbird 2010. 7. 31.

이틀간 죽을 것 같았다.

감기인 듯도 하고, 몸살인 것도 같고, 폐병이라도 걸리 것 같고, 우울증이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아니었다. 그냥 잘 흘러가던 감정 상태에 glitch가 하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이 견디기 힘들었던 이틀간의 증상은 아마도 도브의 예상치 못했던 등장으로 인한 것이었을 것 같다. 그로 인해, 제법 잘 봉인돼 있던 기억이 날뛰기 시작했을 것 같다.

아니지. 도브가 등장한 것은 처음 증상이 시작되고 난 이후였던 것 같다. 그러니 최근의 이 증상은, 특히나 지난 이틀간의 심각한 정신 상태는 내 머리속의 무의식이 제 스스로 만들어낸 수렁이었을 것이다. 무의식은 함정을 만들고, 의식은 거기에 기꺼이 빠져버린다.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것이었을까.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것일까. 그냥 감정이 내 몸을 휘두르는 대로 따라가야 했던 것은 아닐까. 굳이 그걸 극복하려다가 수렁에 빠진 건 바보짓이었을까.

모르겠다. 나도 살아야 한다. 수렁에 빠져서는 안된다. 다행히 오늘은 회복세였다. 억지로라도 웃기도 하고, 굳이 말을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어도 주변 사람들과 잡담을 했다. 다음 주만 지나면 휴가다. 어디 가서 뭘 할지는 전혀 생각해 놓지 않았지만, 일주일간은 일에서 해방된 상태겠지.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한가해지면 다시 또 수렁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는 죽도록 일을 하리라.

오늘은 술을 먹을 거다. 머리를 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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