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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흉내내기

Grizabella를 위하여

by Lbird 2009. 11. 20.
(젠장. textcube에서는 mp3를 올릴 수가 없음. 모든 음악은 youtube 링크로 대체)
Grizabella는 고양이다. Jellicle 고양이 답게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갖고 있다. Jellicle 고양이들은 하나 같이 평범한 이름을 갖지 않는다.
Grizabella는 Glamourcat이었다. 인간 세상으로 치면 술집 작부 격이다. 지금의 Grizabella는 늙고 추하다. 젊은 시절의 화려한 모습은 이제 없다. 누구나 그녀를 피한다. 그녀가 손을 내밀어도 잡아주는 사람은 없다. 고양이 흉내를 내려고 꼬리를 흔들어도 같이 웃고 즐거워해 줄 고양이는 없다. Grizabella는 외톨이다. 화려했던 외톨이.
Grizabella는 기억한다.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 행복했던 과거. 지금은 늙고 추하고, 돌아봐 주는 고양이 하나 없어도, 그녀는 기억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모든 Jellicle 고양이가 꿈꾸는 승천을. Heavyside layer라고 불리는 하늘의 끝으로 오르는 꿈을.
Grizabella는 뮤지컬 Cats의 전반에 걸쳐서 등장한다.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음울한 음악이 깔린다. 절름거리는 음악. 음악은 엇박자로 Grizabella가 절뚝거리는 모습을 내비친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서, Jellicle 고양이들의 축제인 Jellicle Ball에서 Heavyside layer로 승천할 자격은 Grizabella에게 주어진다. 늙고 현명한 Deuteronomy가 그녀를 선택한다. 그녀는 Russel Hotel의 처마끝을 지나서 저 하늘 끝에 있는 Heavyside layer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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