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아마도 나는 중간에 이야기의 바다에서 길을 잃었던 것 같다. 마누찌오 출판사에 원고를 맡기는 귀신 떨거지들처럼, 단순하고도 중요한 삶의 원리보다 지엽적인 엉뚱한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정작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가. 아마도 나는 중간에 진자를 놓친 것 같다. 진자 끝의 추가 그곳에 그 궤도를 그리며 도는 근원을 놓쳤다. 추를 붙들어 맨 줄이 묶여 있는 만고불변의 극점을 잃었다. 내 정신도 표류하고 내 삶도 표류한다. 그러다 닿는 어느 섬에는 외눈박이 거인이 나를 잡아먹으려 기다리고 있겠지. 포도주를 준비하고 거인과 함께 취한다. 깨어나면 돼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내 삶도 잃었고 육신도 잃는다. 내 삶도 내가 아니고, 내 육신도 내가 아니니, 나는 이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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