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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흉내내기

자우림의 샤이닝

by Lbird 2008. 12. 23.

얼마전에 김C가 자우림의 "위로"라는 곡을 자기가 불렀으면 딱 좋을 노래라고 해서 한참 검색 순위에 올랐었다. 자우림의 최근 앨범에 있는 곡들은 나에게 상당히 극과 극으로 다가오는데, 좋은 노래는 하루 종일 들어도 좋을 만큼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전주만 나와도 넘겨 버릴 정도이다. "위로"라는 노래가 실린 음반인 6집 같은 경우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거의 없는 편인데 그 중 가장 자주 듣는 노래는 마지막 곡인 "샤이닝"이라는 곡이다. "죽은 자들의 무도회"와 같이 프로모션이 많이 된 타이틀 곡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하니 자우림에게는 미안한 노릇이다.

어쨌거나, 김C는 자우림의 저 "위로"라는 노래를 이야기하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노래라고 했다. "누군가 울면, 누군가 웃고..." 세상 다 그런 거야. 너무 힘들어 하지마...하고 말하는 듯한 노래다. 하지만 나에게는 "샤이닝"의 가사가 훨씬 더 친밀하게 다가온다. "괜찮아..."하고 위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하면서 나의 이 보잘 것 없는 처지를 솔직히 인정하고 나를 받아줄 곳을 갈구하는 모습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잘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가장 좋은 위로는 그저 같이 있어주는 것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상심하지마" "괜찮아. 다 잘 될 거야."하고 굳이 작위적인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 지금 내 맘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한 가사가 훨씬 큰 위로가 되는 것이다. 동병상련이라, 같은 감정, 같은 외로움, 같은 괴로움을 느끼는 상대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이다. 물론 김윤아도 그렇게 외롭고 괴로운 상태인지는 모르겠다. 혹시나 외롭고 괴롭다고 해도 내가 느끼는 지금 이것과 같은 종류의 것은 아닐 것 같다. 뭐,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노래의 그 가사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 목소리가 애잔하게 다가온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첨예한 리얼리즘은 여기서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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