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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네살바기와 애인

by Lbird 2006. 12. 2.
네살바기 다섯살바기들은 딱 둘로 나눌 수 있다.
천사같이 아름다워서 세상의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아이들과
도저히 옆에 붙어 있지 못할 정도로 사람을 쇠진시키는 아이들이다.
문제는 이런 두가지 모습이 한 아이에게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겠다. 항상 천사같은 모습만 보이는 아이도 거의 없고, 또 항상
사람을 힘들게만 하는 아이도 거의 없다. 저녁나절 잘 먹고 방긋방긋
웃으며 TV 앞에서 재롱이라도 떨면, 그 모습이 아무리 어줍지 않아도
세상에 이 아이와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쇼핑 센터에라도 데려가서 조용히 물건을 사야 하는데
뻐팅기고 울어대고 심지어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도대체 이 아이가 어디에서 나서 나에게 붙었을까 하고 저주라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정말 그 귀엽고 사랑스럽던 아이가 이 아이였던가?
물론 이런 건 내가 내 아이를 길러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게지.
이런 감상들은 대부분 나의 조카들을 보고 생겨난 것들이다.
아무리 작은 악마처럼 구는 아이라도 그 아이가 내 아이라면,
자기 아이에게 저주를 퍼 붓는 경우는 아마 없겠지. 뭐, 내 아이가
있어 본 적이 없으니 이것도 아직은 미지수다. 알 수 없는 거지.


그런데, 간혹 보면, 아니 많은 경우에 애인에게서도 비슷한 것들을
느낀다. 이런 여자라면 세상에 무엇이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하면, 도대체 나는 여기서 모하는 건가, 이렇게 괴로움을
당하느니 차라리 일찌감치 끝을 내는 게 낫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거리낌 없이 내 뱉는 이 여자가 정말 내가
사랑하던 그 여자가 맞는 건가하고 혼란스러워진다. 때로는 이런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부추긴다. 어떻게 내가 사랑하던, 나를
사랑한다고 하던 사람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더해서
그 말이 나를 상처내고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그런 것이 오히려 충분히 정당하고 내가 그걸
감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정도로 당당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존재가 이렇게도 상반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는 걸로 보면
네살바기 어린아이와 애인은 참 많은 것을 닮았다. 그런데 말이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서른이 넘은 사람이 네살바기 어린아이처럼
사람을 이리 흔들었다 저리 흔들었다 하는 것을 어떻게 똑같이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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