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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글 잘 쓰는 것

by Lbird 2005. 5. 15.
글 잘 쓰는 것
양연형 2005.02.1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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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쓴다는 건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일이고, 이런 사람은
역시 어딜 가나 환영받는다. 미국에 출장 간 우리랩 박사과정
선배가 조금 전에 다른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메일을 썼는데
그 중에도 그런 말이 나온다. 논문은 아이디어가 훌륭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논리적이고 있어보이도록 보장하는 능력은
그보다 훨씬 중요하고 갈고 닦기도 더 힘들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 박수 세 번.

나는 글을 얼마나 잘 쓰는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난 지금 모처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 제안서를 쓰고 있는 중인데
공동작업이라서 내가 한번 초안을 다른 팀에 보내고 그 팀에서
보내온 수정본을 지금 다시 수정하는 중이다. 그런데 수정작업을
하는 도중에 자꾸 화가 난다. 내가 보낸 초안 사이사이에 이러저러한
말들을 그 팀에서 끼어 넣었는데 이게 좀 엉뚱한 부분에 엉뚱한
표현으로, 때로는 어법에 맞지 않은 채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내용 중복에 흐름에 맞지 않는 문장들과 뜻을 파악하기 힘들정도로
길면서 잘 살펴보면 결국 비문인 문장들 때문에 차라리 다시
쓰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글을 수정하고
한번만 읽어보면 내용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텐데
그게 참 아쉽다.

얼마전에 건성으로 듣던 작은 강의 중에 Technical writing이라는
것이 있었다. 학교의 정통연이라는 곳에 소속돼 있으면서 영어로
작성된 논문들의 교정을 봐 주는 직업을 가진 외국인이 한 명
있는데, 이 editor가 겨울방학마다 개설하도록 돼 있는 강의다.
영어로 논문을 작성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 이 강의의 목적이지만, 그 강사도 말했듯이 단순한 영어 표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논문, 보고서 등등)의 구조와 내용을
논리에 맞고 쉽고 간결한 문장들로 그려내는 능력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 예로 보여준 것들이 길고 단어도 어렵고 구두문자도
잘 찍혀 있지 않은 문장들을 쉬운 단어와 문법 구조를 가지면서
구두문자로 잘 구분되어진 문장과 문구들로 쪼개는 것이었다.

그런 걸 보면서 느낀 것이 글 쉽게 잘 쓰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것이다. 흔히 하던 말 중에 법률에 관계된 글들은
일반인들이 잘 알아들을 수 없도록 일부러 어렵게 쓴다는 것이
있다. 내 생각에는 법률가들이 일부러 어렵게 쓴다기 보다는
법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자체가 너무 어렵고 알아듣기 힘든
것인 데다가 법학자들이 글 잘 쓰는 이가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공계에도 똑같이 있다. 자연과학자나 공학자들도
글을 잘 쓰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수식들과
복잡한 그림들을 해석하고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조사한 바로는 성공한 공학자들은 일과시간
중에서 1/3이상의 시간을 글 쓰는 일로 보낸다고 한다. 특히나
공학자들은 돈이나 기업들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비 전공자들에게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글을 잘 쓰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학자에게 중요한
것은 글 잘 쓰는 것보다는 파워포인트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니 씁쓸한 일이다. 파워포인트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정확하고 쉬운 말들로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글로 쓰는 것이다. 그런 능력이 있어야 알아보기 쉬운
그림도 만들 줄 아는 것이고 화려한 효과들도 적당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 쓸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건 아니다. :)
내가 쓴 글은 나중에 내가 읽어봐도 이상한 것들이 많으니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부실한 내가 보기에도 형편 없는
글 쓰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한탄할 만 하다.
국어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모두들 초등학교로 돌아가서
국어교육부터 다시 받을 일이다.

아차, 일단은 공교육부터 정상화하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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