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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흉내내기

판타지

by Lbird 2003. 8. 11.
라니안 단편란에서 퍼 옵니다. - L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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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누리 sf란에서 퍼왔습니다


제 목 [술의 신 ]
올 린 ID k76106 작 성 시 각 2001/7/22
이 름 고경태 조 회 수 1597







[술의 신 ]



'외롭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자신과 타인이 분리되어 버린 공간속에서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이건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로 인간에게는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르는 일일것이다. 나는 그렇게 단정짓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다른 사람과는 전혀다른 느낌의 어떤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어서오십시요!"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사적으로 나는 들어오는 사람이 누군지도
알기도 전에 인사를 하곤 했다. 그것은 오직 별로 남아 있지 않는 과거의
기억속에서 그나마 어느정도 기억하고 있는 일등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림같은 여자...라는 이미지는 이제 내가 그녀에게 가지는 이미지중에
딱맞아들어가는 느낌인듯 했다. 그녀는 언제나 나와 마주한 데스크에
앉아서 술을 마시곤 했다.
그리고 가끔씩 소리나지 않게 눈물을 흘렸다.

아무말없이 그렇게 그녀는 술을 마시고 울고 가곤 하는 손님중 한사람인
것이다.

이런 장사를 하다보면 인간의 내면에 깊게 접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인것일뿐일까?
하지만 나는 이곳의 바텐더 일뿐이다.

수많은 술의 이름...'칵테일'...
칵테일은 나름대로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건 별로 없다. 때문에
나는 언제나 내가 만들어낸 술에 나름대로의 이름을 붙이곤 했다.

내가 그녀에게 주는 술은 언제나
'눈물의 술' 원래 그런 이름도 아니였지만...
이술을 마시면 그녀가 늘 우는 것에서 이름이 비롯된것이다.

신기한건 이따금 이술을 마시는 다른 손님들조차도 '눈물'을 흘리게
한다....오묘한 성분의 조합원리가 숨어있나?
내가 따로 만들어서 마셔봤지만....
과거의 기억을 대부분 잃은 나는 전혀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역시나 그녀는 아무도 앉지 않고 아무도 없는 술집내부를 돌아보며
잠시 한숨을 쉬는 듯하더니 데스크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나와의 거리는 불과 1미터남짓...

"....."

언제부터 그러했는지 알수없지만...
그녀는 말대신 검지 손가락하나를 꼽아들며, 언제나 마시던 '눈물의 술'
을 부탁한다.
그럼 이미 준비하고 있던 나는 재빠르고 화려한 손놀림으로
그녀에게 '눈물의 칵테일'을 만들어주곤 했다.

언제나 검은 옷의 그녀....새하얀 목이 보이게 올려붙인 머리카락..
조명빛에 노란듯 하얀듯한 깔끔한 피부...
무엇보다 어디를 보는지 알수없는 커다란 눈....왠지 갸름한 얼굴모양과
안어울린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오히려 그것이 나름대로의
개성과 매력이였다.
여자로서는 꽤 큰편인 키...아니 늘씬하다고 해야 할까?
육감적인 몸매...
어림잡아 짐작하건데 그녀의 나이는 대략 20대 중후반쯤...
옅은 화장조차도 그녀를 눈부시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물'에 젖어버린 듯한 그녀의 분위기는
한폭의 그림이였다.

때문에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도 그런 내가 싫지는 않은 눈치...
하지만 말이 없다. 나역시 말이 없고....
아...이런 관계는 정말 싫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기억을 잃은 후부터?

기억을 잃은 나는 다시한번 나의 인생을 만들어 가야 했다.
내집...그건 자고 일어난 곳이 내집이겠지...이전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
그장소...마치 태아가 처음 태어난 곳같은 그런 기분의 장소.
난 그곳이 내집이란걸 본능적으로 알수있었다..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기때문에, 난 집을 온통 숙대밭으로 만들면서
내 과거에 대한 조각모음을 시작했다.
우선 중요했던게 내 이름...이름이였지..
이...이 재성..
이게 내이름인가?
전화번호부...
전화번보부엔 내이름이 가득했다.
흔한 이름이군...

우리집....그러니까 내가 살고있는 곳의 전화번호...
를 알아내는데 나는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었다.

'띠리리~'

"누구시죠?"

"-누구긴 누구야! 나 사장인데 며칠째야 빨리 일하러 와!-"

"사장? 거기가 어디죠?"

"-이넘 아직 술이 덜깼냐? 여기위치는...-"

거의 쓰레기터로 변한 내집에서 나에대한 기억을 더듬어가던중..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통화에 난 사장이란 사람이 시키는 대로 적어서
물어물어...내 직작으로 왔다.

'술집?'

술집 이름은 특이하게도 '술의 신'
거참...차라리 '바카스'라고 하지...아...그건 드렁크제 이름이군..
생각해보니 웃기군...

그날 본 사장은 꽤 웃기는 인물이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히 인간적인 인물인것같았다. 종업원은 나 혼자뿐...
하긴 술집이 그리 넓지도 않고...왠지 사장의 취미생활인듯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겨우 10평남짓한 공간의 반지하 술집...
하지만 자리가 좋아서 인지 이름이 특이해서 인지 주말엔 손님으로
가득차있었다.

거기다 이 손님들은 모두들 '나'를 잘 아는 모양이다.
나는 집에서 얻은것보다 여기서 얻은 것에서 '나'를 찾아가는게 더욱
쉽다는걸 알수있었다. 어쩌다 공짜술한잔이면...
나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얻을수있었던 것이다.

그러던중 그녀가 왔다.
처음부터 그녀는 말이 없었던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어떻게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눈물의 술'을
시킬수가 있었지?

글로 적어서 보여줬나?
그랬겠지....난 쉽게 단정짓는다. 기억을 잃은 지금은 더욱더...
뭐랄까...'기준'같은게 없어진 나는 자주 혼돈과 어지러움같은 걸 느끼며
뭐든지 받아들이는데 마치 어린애 같은 생각으로 쉽게 받아들이고
정리하려 들었다.

보수는 꽤 후한편이다.
이건 상대적 비교이므로...맞을꺼라 생각된다..
이근처에서 '바텐더'라곤 나밖에 없고...단독으로 받는 월급중에선
내가 가장 높은편이였다. 뭐 그것도 도토리 키재기이지만...
저금하고 아껴쓴다면...
몇년이면 꽤 큰돈이 될법했다.

아마도 꽤 인정받고 실력있는 바텐더 였을까? 난??
아무것도 알수가 없지만..난 그렇게 단정짓고 싶었다.

아....그녀가 한잔더 원했다.
난 물론 쉽게 그녀에게 '눈물의 술'을 한잔 더 따랐다.
역시 그녀는 이미 울고 있었다.

흐른다고 할까?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처럼...
적어도 댐이 갑자기 터진것처럼 엄청나게 많은 양을 흘린다기 보다는
일정량이 규칙적으로 흐른다고나 할까?

언제나 그렇지만...이럴때 나는 무척이나 당혹스럽다.
그녀의 눈물을 막고 싶진 않다. 술집에 와서...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감정을 해결하는건 손님들의 고유권한이니까..적어도 다른 손님과
술집에 폐가 되지 않는다면...말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녀가 올때면 모든 것이 고요하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조차도...

아...세잔째 주문...
역시도 난 쉽게 만들어낸다...아무생각없이...이건 내 대뇌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기억하는 것일것이다.
기억을 잃은후 나는 나름대로 공부를 통해 인간의 몸은 반사작용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몸으로 기억한다는걸 이해했었다.
하지만 그건 이해일뿐...이렇게 직접 겪을때마다 나는 혼란스럽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지금 존재하는 '나'는 과거 잃어버린 기억속의 나와 다르단 말인가?
인간은 '기억'없이도 살아갈수있단 말인가?
때문에 이런 것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 나는 어느새 심취해버렸다.
물론 그전에 쓰레기터로 변해버린 집을 깔끔히 치워야 했지만...
집에서 별다른게 나오지 않았기때문에 집은 '집'으로서의 역할을 내게
충실히 했다.

"여기 있습니다. 손님.."

세잔째 내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그때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그것을 난 결코 잊을수없을것같았다.
마치 사슴이 커다란 눈망울로 쳐다보는듯한...그것은 '어색함'의 눈빛
인것이다. 때문에 나는 내가 뭘 잘못하지 않았나 기억해내려고 애써야
했다....하지만 어쨌거나 뭐가됐든 그녀는 세잔째를 열심히 마시고
있었다.

그녀도 꽤 취기가 돈 모양이다.
자연스레 데스크에 엎드리고...술잔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상당히 가느다란 손....나는 왠지 그 손에 피가 묻은듯한 착각이 들었다.

"....술.....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게 하는 술....그걸 줘요.."

그녀가 여태까지 이 술집에와서 처음 한 말이였던것같다.

".....네?"

어색한 움직임으로 잔을 정리하던 나는 순식간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당신이 예전에 말하던 그술....그걸 마시고 싶어요.."

하지만 기억이 없어져버린 나에게....

"저...손님.."

"나....난...예영...정예영이예요."

"정예영양..그런 술은..."

그때 다시한번 그녀는 아까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다시 엎드리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신이 마셨잖아요. 그리곤 나를 잊어버렸잖아요...."

.............뭐....뭐야? 뭐라고 하는 거야?
내가 마셨다고?? 뭘?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리는 술을??
....혼돈스러웠다. 그때 내머리속에 더오르는 이미지는 '카오스'
바로 그것이였다.

"아......그..그러니까...당신을 잊어버렸다고요? 그 술을 먹고?"

손님들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나....
오직 이것 말고는 나에대해 알수도 없는 나...
집에 있으면 전화벨조차 울리지 않는다. 사장의 전화가 처음이자 마지막
이였다. 휴대폰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있었다해도 잃어버린 지금은 찾을수조차 없으니까..
때문에 집은 더욱더 '집'다웠다.
조용하고 어둡고...따뜻하고...

어쨌거나 나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래요....당신은 꽤나 나를 좋아했어요. 훗....나도...
당신을 꽤 좋아했죠. 아...지금에서야 고백하네요...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그녀의 표정이 장난기로 넘쳐났기에 난 왠지 속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
다...
분명 보통때의 나라면 장난으로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지금의 나로서는 모든게 명백하지 않고...
어렵기만 했다...

"그게 언제쯤이였죠?"

"반년전....알아요? 반년동안 나는 줄곳 이곳에 와서 당신이 나를 기억해
주기만 바라고 있었다는거?"

"....당신하고 내가 알게 된건 얼마전 부터죠?"

"일년....헤...겨우 일년이였네....."

그녀는 취한건지 아니면 의식적인건지 혀가 꼬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건 지금 내 머리속에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어떻게 그럴수가?.."

"음...당신의 능력이잖아요....이 술집 이름도 당신이 지었고...
당신은 그걸 말고도 술을 통해 여러가지 능력을 보여주더군요...난
그게 처음엔 매우 신기했었어요...재미도 있었고..."

"술을 통해서??"

"네...당신은 아무리 거짓말 장이 사기꾼이라도 '진실'을 말하게
할수있었어요. 당신이 만든 술한잔을 통해서...
오래전부터 당신은 그런 재능을 잘알고 있는건지 이곳 사장을 잘
설득해서 이자리를 얻었죠...
그것 역시 당신이 가진 능력덕이죠. '신뢰의 술'인가...
그걸로 당신은 사장에게 신뢰감을 얻었어요..."

"허!"

기가찰 노릇이다.
생각나지도 않는 과거속의 나....
그리고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녀...

"당신은 참으로 무서운 능력을 가진 거예요. 덕분에 난
당신에게 여러 도움을 받았죠....당신이 만들어준 '진실의 술'덕에
난 쉽게 여러정보를 얻어낼수있었고, 지금 이자리에 있을수있었어요.."

"이자리??"

"....그래요...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게 아쉽지만...하긴 그때도
당신을 속이고 있었으니..."

우...헤깔리는 정도가 아니라 갑자기 수많은 것들이
홍수처럼 쏟아져서 머리가 아프다...

"나...그래서 당신을 죽일려고 했어요."

"!!"

"죽이는건 너무 쉬웠죠. 그런데 당신은 무섭게도 나에게 '사랑의 술'
을 먹였어요. 난 우습게 생각하고 그걸 마셨고...
그런데....훗...이상하게도 그술은 무섭더군요..
그런 재능으로 왜 당신은 이곳에 만족하죠?
나라면....뭐든 할텐데...당신에겐 그런 야망이 없었나요?"

.....이럴땐 대체 뭐라고 말해야지....
그녀는 갑자기 내 셔츠를 잡고 나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진다...그리고 그녀의 향기속에서 나는
서글픈 '피'의 향기를 느꼈다.

키스가 이런 느낌이란건 처음알았다. 아니 이전의 기억이 없으니
처음이라는걸 확신할수없지만...

그녀는 마치 시들어가는 꽃처럼 원래 자리의 원래모습그대로..
다시 말했다.

"...술을 줘요...그 술을..."

무슨 말이 필요한가?
난 뭘만들어야 할지도 모른채...이것저것 칵테일을 만들준비를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녀를 살폈는데...
그녀는 정말 그림처럼 턱을 괴고 옆얼굴을 내게 비추면서 먼산을
보듯...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나...사람을 죽이면서 살아왔어요....언제부터였을까?
기억나지도 않을정도로 어릴적부터...그렇게 살아왔죠...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그렇게 사신분들이였고...나에게 그런 '죽임'의
일상은 당연한것이였어요.
때문에 철저히 완벽해야 하고 '대상물'이외엔 죽이면 안된다고
배워왔죠. 물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났을때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철저히 뒷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어요.....
당신을 죽일려고 했던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그런데...
모르겠어요......
사랑이란게....당신은 스스로 살기위해 그술을 마셨나요?
난 당신이 내게 사랑의 술을 주기 이전부터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나봐요
하지만 '냉혹'한 나자신이 그걸 용서하지 못했죠...
당신을 죽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실패속에서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도
알게되었죠.....

그런데....이제 말해줘요...내가
당신에게서 마신 사랑의 술때문에 이러는 건가요?
반년동안이나 당신의 술집에 앉아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는게 당신의 술때문인가요?
그런가요?"

그녀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묵묵히 완성된 술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술의 색은 내가 기억하는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색...
그녀 만큼이나 아름다운 색깔이였다.

나는 그 술을 그녀에게 내밀수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앞에 술이 놓아졌다....
여전히 그녀는 턱을 괸채 그 모습 그대로 였다.

"차라리 그때 처럼 당신을 죽여버릴까요?"

그녀는 여전히 턱을 괸채...나를 쳐다보지 않고...말했다.
하지만 턱을 괴지 않은 손을 데스크 위에 올리곤 작고 아름다운 칼하나를
내밀었다.

"그때 당신을 죽이려던 칼이죠..예쁘죠?"

예뻤다. 그녀같이...조명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문양이 조각되어있는
은색의 작은 칼...겨우 그녀의 손바닥 만한 크기 일까...딱 숨기기 좋고
쥐기 좋은 그런칼....이작은 칼로 과연 사람을 죽일수있을까?

"이칼은 많은 피를 먹어 왔어요. 저와 함께 말이죠...의뢰인들은
정해진 방법을 통해 우리와 접촉하고 계약하죠. 그럼 우리는 대상을
죽이죠. 그리고 계약에 따라 돈을 받고...절대로 직접 접촉하진 않아요
저와 직접 접촉한다는 건 대상물 밖에 없어요. 그러나 당신은
달랐어요. 매우 명량하고....선량하고...또 오래살았고..."

....오래살았다? 내가? 난 겨우 20대 중반인데...생일은..

"당신은 이천년 이상을 살았다고 했어요..한때 신으로 추앙받은 적도
있었다고 했지요. 난 우스개 소리로 받아들였는데...이제는 믿을수
있을것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당신은 '술의 신'인 모양이예요.."

...내가...?

하지만 난 묵묵히 그녀를 바라볼뿐...그러나 그녀역시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턱을 괴던 손을 움직여 단숨에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버리게 하는 술'을 마셨다.

"하...아직 잊어버리지 않았어요...그런데 왜 아까 물었던 것에
대답하지 않는거죠? 왜...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의 술때문에 이런건가요? 왜 이다지도 당신이 그리운거죠?"

하지만 내가 무슨 대답을 할수있으랴...
그러나 그녀는 매우 취한듯 했다.

"아직 잊어버리지 않았어요....당신에 대해서....나...당신을
정말 사랑한거...건가요...그럼 왜 당신을 죽이려..했을까?...
그리고 왜 당신을 죽이지 못했을까...."

"많이 취한듯 합니다. 택시를 불러 드리죠."

왠지 더욱 냉정해진 나....기억이 없어서 일까...

"훗..그러고 보니 그때도 당신은 택시를 타고 집에 갔었죠...
아...그래 생각난다...당신은 이술이 깰때까지는 나를 기억하겠다고
했어요. 그러고 보면 이술이 깨면 모든 기억을 잃게 되나 보죠?
캬하하하...재미있네요...."

나는 묵묵히 데스크에서 나와 그녀를 부축했다. 그리고 밖으로 그녀를
데려가 택시를 찾았다.

"잠시만...잠시만...이대로 있어줘요..나 아직 술이 깨지 않았어요.
그러니까...잠시만...."

그녀는 나를 껴안았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며 택시에 손짓했다.
그리고 택시가 서자 나는 그녀를 그쪽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택시에 타서는 다시한번 내게 말했다.

"이걸 받아줘요....그리고...부탁해요...나를 잊어버? 않겠다고...
지금의 나를 잊어버리지 않겠다고....술이 깨면 나...당신에 대한
모든걸 잊어버리겠지만...그래도...나...나를 잊지 말아요.."

그녀는 작고 귀여운...그러면서도 많인 사람은 생명을 앗아간...
작은 은색 칼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묵묵히 그 칼을 주머니 속에
넣고는 택시문을 닫았다...그녀는 떠나가는 택시속에서 잠시 나를
바라보는 듯했었다...

그리고...비가 왔다....
나는 서둘러 '술의 신' 칵테일로 내려가 '모든걸 기억나게 하는 술'
한잔을 만들었고 그걸 마셨다.


그리고 며칠뒤....
그녀가 다시 왔다...똑같은 모습으로..

"어서오세요!!"

"아...저 여기 제가 자주 찾아왔었나요?"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단골이셨어요! 늘 이자리에 앉으셨죠.."

"그래요?"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아서는 다시금 내게 말을 걸어왔다.

"조용한 술집이네요. 분위기가 맘에 들어요.."

"네, 손님...그래서 자주 찾아오셨어요. "

"그렇군요. 그럼 주문은 늘하던걸로..."

"네...'기쁨의 술'대령입니다."

이제 그녀도 알겠지 자신의 사랑이 진실이였는지 거짓이였는지를,
그리고 이제 모든것이 기억난 나는 묵묵히 그녀에게
'기쁨의 술'을 건내줄 뿐.....

몇천년이고, 변함없이 그랬던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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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라는게 뭘까?
나는 늘 궁금했었습니다.
기사가 나오고 엘프가 나오고....
그건 결국 톨킨이 정립한 수많은 하나의 판타지 중에 하나일뿐이라는게
솔직한 제 결론이였습니다.
판타지란 결국 현실에서 있을수없는....그러면서도
있을법하다고 믿어지는 그런 이야기...
그런 것이 아닐까요?
뭐...물론 그건 제가 결론 지은건 아닙니다.
사실 부천 판타지 영화제등등으로...서구 사람들의 '판타지 개념'을
어느정도 나름대로 해석을 하게 된 결론이죠..

뭐 결론이 이런 것도 판타지 라는 겁니다.
이것에 대한 힌트는 두가지에서 얻었습니다.
하나는 얼마전 부천영화제에서 유명한 10분만 기억하는 남자이야기에서..
또 하나는 초연인가? 왕가위감독과 친분이 있는 모감독의
정신없는 영화속에 대사중에서...ㅋㅋㅋ...
재미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사실 직접 쓸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뭐....전 게으른편이거든요.
그런데 작업용 컴퓨터가 스카시카드문제로 말썽을 일으키자..
스트레스를 참지못해..이렇게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방안으로 쓴거죠..
시간과 스트레스 그리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다시 또 쓸지도..모르죠
영영 안쓸수도 있고...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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