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

2008/11/07 02:38

올 여름의 그 해프닝도 이제는 한 번 쓴 웃음으로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시간이 또 흘렀다. 이제는 한 해가 또 덧없이 갈 것을 염려해야 할 시기가 됐다.

감정의 깊이는 얼마인가.

그 기억이 세월이 흘러도 쉬이 잊혀지지 않을 것처럼, 다 닳아 없어져 버린 줄 알았던 그 감정도 역시 쉽게 바닥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색이 바래고 그 때 느끼던 그대로의 감정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제는 죽을 것 처럼 아프지도 않고, 그저 아쉬움에 내뱉는 한숨에 땅이 꺼져버릴 지경이지만, 모양이 바뀌었다고 해도 본체가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니다.

다시 소식을 듣게 된다고 해도 가슴이 뛰진 않을 것 같다. 서운함과 아쉬움 같은 것들 때문에 한동안은 옛 감정을 뒤적이면서 되새김질은 하겠지.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올 여름의 그 일이 그냥 해프닝으로 치부해버릴 일이 되어버린 그 이유가.

다 읽고 나서 책장을 덮은 책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의 내용이 궁금하다고 책을 다시 펼쳐 그 부분을 찾아내고 싶지도 않고, 또 그런다고 해도 작가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 주거나 하지도 않겠지. 다 읽은 책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조용히 눈을 감고, 편안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서 여운을 즐긴다.

그래... 이제는 그 느낌을 즐길 정도까지나 되었다. 백발 노인이 젊은 시절을 추억하듯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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