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 저런...298

타이핑 소리 노트북의 액정이 맛이 간 이후로 거의 데스크탑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노트북의 본체는 각종 케이블들만 연결된 채로 구석에 찌그러져 있고 책상의 전면에는 랩에서 꿍쳐 온 LCD 하나와 예전에 억지 부려서 산 10만원 정도 하는 기계식 키보드가 놓여 있다. 이 키보드 처음 사고 나서는 참 좋아라 했는데, 결국은 시끄러워서 랩에서는 못 쓰고 방에 가져다가 구닥다리로 썩히고만 있었지. 그러다가 드디어 노트북 액정이 사망하고 데스크탑처럼 붙박이가 되고 나서야 진가를 발휘한다. 어차피 방도 혼자 쓰니, 타이핑 소리에 귀를 부여잡고 괴로워할 방돌이도 없다. 느낌. 찰랑 찰랑. 화면에 뭔가를 두드리는 느낌이 좋다. 찰랑 찰랑. 그 소리가 좋다. 2009. 12. 2.
밤은 너그럽다 밤은 너그럽다. 낮에 한다면 민망할 행동들도 충분히 인용해 줄 수 있다. 낮에 생각하면 부끄러울 것들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능하지 않을 것들을 생각해 본다. 지나간 뭐시기 뭐시기. 아직 오지 않은 뭐시기 거시기. 지금껏 저지른 부끄러운 것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저지를 지 모르는 민망한 것들을 상상한다. 밤은 너그... 음... 역시 민망하다. 술이 덜 취했다는 증거. 밤이 항상 너그러운 건 아닌 모양이다. 뿌쓰네 썼던 글을 지워야겠다. 밤은 밤에만 너그럽다. 또 내일 낮이 올 것임을 생각하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2009. 12. 2.
별똥별 유성. 별똥별. 별이 똥을 내지른다. 그것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극히 짧은 순간. 아름답다. 하늘 위의 어느 천체보다도 아름답다. 자체로 별이기에 별똥이라 하지 않고 별똥별이라 한다. LG동 옥상에 담배피러 올라갔다가 하나를 보았다. 유성우라고 하지만, 그것도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하는 것이지. 겨우 하나를 보았다. 망막에서는 사라졌지만, 뇌리에서는 없어지지 않는다. 무척이나 밝았다. 2009. 11. 18.
이성미 한 달 만의 글. 무릎팍에 나온 이성미를 보았다. 보는 내내 겹쳐지는 얼굴이 있어서 불편했지만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는 못하겠더라. 이성미가 내비치는 그 성격마저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이성미를 쳐다봤다. 나는 사실 이성미를 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서 다른 얼굴을 보았고, 다른 목소리를 들었고, 다른 성격을 보았다. 꿈이라도 꾼 기분이었다. 그다지 기분 좋은 꿈은 아닌, 그런... 적당한 몽롱함. 술 먹은 것도 아닌데 취해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새삼 생각한다. "이 기억은 참으로 깊게 패여 있었구나." 다음에. 이 다음에 또 TV에서 이성미를 보게 되면 계속 보고 있을 자신은 없을 것 같다. 한 번으로도 충분하고 이미 흘러 넘친다. 술이 고프다. 굳게 .. 2009. 11. 3.
의사의 윤리라. 전에 소개팅 어쩌구 하면서 다시 보기 싫은 외모의 치과 의사를 두시간 정도 만난 적이 있는데, 이 여자가 하던 얘기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의치전 같은 거 생기는 거 기존 의대 시스템을 옹호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단다. 내가 기존 기득권 세력의 텃세 때문이냐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 중요한 이유가 "의치전 사람들은 의료인으로서의 도덕성이 문제시된다"라는 것이란다. 그냥 잠자코 듣고 있다가 "아.. 그래요?" 몇마디 해주고, "안녕히 가세요~" 인사한 다음날 "행복하세요~" 문자를 날리고는 전화번호를 지웠다. 말 해 줘 봤자 내 입만 아픈 격이었으리라.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에이그. 도덕성이 문제가 됐어요? 지금 당신들을 보면 더 나빠질 것도 없는 것 같은데." http://mlbpark.. 2009. 9. 29.
반려의 조건 나는 원래 평생 함께할 반려라면 사랑스러운 여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어떤 조건들은 사실 그다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고 특히나 최근에는 나의 눈 앞에 사랑에 빠질 만한 여자를 만나질 못하다 보니 이것 저것 혼자서 공상을 하게 되는데, 소위 반려자의 조건 같은 것들이다. 이런 여자를 만나면 이런 이런 삶을 살겠지. 또 저런 여자를 만나면 저런 저런 삶을 살겠지. 이런 저런 조건들에 따라서 여자(아직 만나질 못했으니 얼굴 없는 여자일 뿐이다)를 대입하고 미래의 삶을 공상해 보는 것이다. 조건... 그런 걸 따지게 된다. 그런데 방금 말한 조건이라는 것들이 세속적으로 따지는 재산 관계라거나 혈연 관계라거나 미모의 정도라거나 하는 것.. 2009.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