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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흉내내기60

쿼바디스 도미네 "쿼바디스 도미네" "Quo 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동명의 영화에서 로마 황제 네로는 역사상 최고의 폭군으로 기독교도들을 말살하는 최악의 황제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 장면에서도 대 경기장 안에서 마치 무고한 기독교도들을 사자밥으로 내 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 이것을 잘 따져보면 기독교들의 자기 만족적인 영화 이상으로 볼 수가 없다. 네로나 그의 측근들의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불쌍할 따름이지. 영화나 기타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이 역사상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 것인양 위안을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 드라마를 연출해 내는 인물들을 굳이 비판해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현세에 남아 있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반론을 거부한다. "영화가 말하고 있잖.. 2006. 11. 19.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케이블 채널인 TVN 개국 특집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방금 전에 끝났다. 내일 전화해야지. 2006. 11. 9.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사실 나는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부러웠다. 얼음보다 더 한 냉혹함, 죽음조차 이겨내는 인내심, 흉내 낼 수 없는 노력,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치밀함,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세상 모두를 비웃을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천부적인 자질... 그것이 살인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거침 없이 해 낸다는 점만을 빼고 나면 세상을 성공적으로 -- 물론 세속적인 의미에서 --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르누이는 거기에 더해서 세속적인 무엇에도 유혹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무서움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끊임 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을 가장하고, 때로는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완전히 방치해버리기도 하는 불완전한 성격의 나로서는 감히 비교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또 .. 2006. 11. 9.
연금술사 연금술사 중에서, 그들은 말없이 매고기를 먹었다. 연금술사는 병을 열더니 손님의 컵에 붉은 액체를 따랐다. 포도주였다. 청년이 그때까지 마셔본 것 중 가장 좋은 포도주였다. 하지만 포도주는 알라의 율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연금술사가 술을 권하며 말했다. 2006. 11. 4.
연금술사 연금술사 중에서, 그때 한 처녀가 나타났다. 검은 옷 차림이 아니었다. 처녀는 어깨에 물항아리를 지고, 얼굴만 내놓은 채 머리를 베일로 감싸고 있었다.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에 대해 물어보려고 처녀에게 다가갔다.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고, 만물의 정기가 산티아고의 내부에서 끓어올라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침묵해야 할지 미소지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그녀의 입술을 보는 순간, 그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만물의 언어'의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난해한 부분과 맞닥뜨렸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인간보다 오래되고, 사막보다도 오래된 것. 우물가에서 두사람의 눈길이 마주친 것처럼, 두 눈빛이 우연히 마주치는 모든 곳에서 언제나 똑같은 힘으로 되살아나는 것, 사랑이었.. 2006. 11. 4.
연금술사 연금술사 중에서, 얼마 뒤, 산티아고는 영국인에게 책들을 돌려주었다. "그래, 많이 배웠나?" 영국인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잖아도 그는 전쟁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 아무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던 참이었다. "이 세계에는 어떤 정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정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사물의 언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숱한 연금술사들이 자아의 신화를 살아냈고 끝내는 '만물의 정기'와 '철학자의 돌'과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해냈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에메랄드 판 하나에 새길 수 있을 만큼 아주 간단한 진리라는 사실이에요." 영국인은 실망했다. 연구에 바쳐진 오랜 세월, 마술 같은 상징들, 난해한 용어들, 실험 도구들, 그 어느 것에도.. 2006.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