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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중대 발표

by Lbird 2009. 8. 22.
대대 발표도 아니고 소대 발표도 아니고 중대발표이다. 그 발표를 앞두고 두 사람에게 미리 얘기했다. 하나는 멀쩡한 정신에 대낮에, 또 하나는 약간 취기가 오르는 한 밤중에. 두 사람의 반응은 판이하다. 아니 어쩌면 본질은 같지만 양상만 다를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보여지는 양상은 다르다. 한 사람은 나를 붙잡고 이것저것을 묻고 다각도로 따지고 중요하진 않지만 무시하긴 쫌 힘든 주변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함께 양념으로 버무린다. 다시 심사숙고한다. 하지만 결정에 변함은 없다. 중대발표를 어떻게 행할 것인지, 파급효과는 어떨 것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 것인지, 등등등. 그런 것을 생각할 뿐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지극히 평면적이다. 상황이 입체적임에 대한 고려는 애초에 없다. 지극히 평면적이다. 긴 말을 해봐야 별 득이 없을 인물임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긴 말을 하지 않는다. 나를 바보로 취급하지만 그냥 바보로 있기로 한다. 똥 누고 밑 안 닦은 것처럼 찝찝하긴 하지만, 긴말 하느니 그냥 실실 웃는 게 편하다. 그래도 뭐, 후배한테 바보 취급 당하기는 좀 기분 나쁘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 것을... 내 딴에는 가까운 후배라 여겨 기껏 얘기해 줬는데 본전도 못 건졌다. 뭐... 그럴 만도 하다. 표면적으로 바보짓인 게 당연하니까. 새삼 랩에서 나의 위상이 얼마나 볼 품 없었던 것인지 실감한다.

하여간, 다 필요 없다. 누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대학원에서 비실비실 세월을 허송하다 더 비참한 끝을 맺느니 여기에서 가위로 쑥닥 자르는것이 더 낫다. 사실 지금도 늦었다. 더 일찍 결정했어야 한다. 문득, 무한도전에 나오는 박명수의 명언이 생각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 지금 당장 행동하라."

미국식 연설이었다면 이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다." 하면서 꿈과 희망을 던져줄 테지만, 냉정이 따지면 박명수의 말이 옳다. 그게 박명수 혼자서 생각해 낸 말이라면 박명수는 생각보다 대단한 인물일 것이고, 설사 그게 다른 누군가의 말을 주워담았던 것이라고 해도 그 말에는 의미심장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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