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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국 대련

by Lbird 2008. 7. 7.
7/3~7/5 동안 중국 산동반도 끄트머리에 있는 대련에 다녀왔다.
대련 공항에 내려서 처음 느낀 인상은

"뭐 이리 우중충하지 -.-;"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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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내려서 바라본 하늘

왠지 3일동안의 출장마저도 우울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지.
그런 기분이 들었던 데에는 거리의 풍경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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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중충함이라니. 그래도 대련 공대에 도착하고 보니 그 근처는 나름 깨끗한 축에 드는 동네였다. 공항에서 구닥다리 셔틀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던 길에 보이던 그 우중충한 거리 풍경이, 학교 앞에 도착하고 나니 어느새 조경이 잘 된 깨끗한 신흥 주택단지로 바뀌었다. 학교 자체가 그런 동네에 있는 것인가 했는데, 가만 보니 학교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있는 남문 부근만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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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이 어딘지는 물어보질 못했는데 이렇게 커다란 표석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 남문이 정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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웍샵이 열린 곳과 묵었던 곳은 위 건물의 오른쪽이다. 날씨가 우중충해서인지 건물 자체가 우중충해서인지 찍혀 있는 모습도 우중충하다. 건물 내부도 우중충하긴 마찬가지다.

웍샵이야 별로 건질 것도 말할 것도 없다. 첫째날 저녁에 교수들은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중국 학생들과 한국에서 간 학생들이 같이 식사를 했는데, 그 음식들은 굳이 사진을 찍고 싶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진한 향신료 냄새라니... 3일 내내 음식 때문에 고생을 했다. 물과 차가 제일 맛있더라 -.-;; 그렇다고 차가 아주 훌륭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니 오해는 금물.

저녁 식사 후에 중국 학생들이 안내를 하여 학교를 잠시 둘러보았는데, 그 학교는 전체적으로 캠퍼스를 밝히는 가로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나마 우리가 묵었던 호텔 건물이 제일 밝았던지라 호텔을 등지고 찍은 이 사진도 한참 밝기 조정을 해야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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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를 터뜨리면 배경이고 뭐고 사람만 흉물스럽게 나오니 그 사진은 패스.

밤에 찍은 학교 풍경은 그야말로 암흑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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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날 오후 세션을 희생해서 학교를 다시 둘러봤다. 하늘은 어두워도 날씨는 참 더웠다. 나무가 우거진 지역을 벗어나면 당장 땀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남문 쪽, 그러니까 호텔이 있던 부근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빼곡히 있어서 그건 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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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가면 제법 깔끔한 도서관 건물이 나온다. 도서관 옆의 흉상은 아마도 학교 역대 총장이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한다. 좀더 걸어가면 학교 중심부 쪽에 커다란 마오쩌둥 동상이 서 있다. 그 앞에서 길가던 중국 사람 하나 붙잡아 부탁하여 사진을 찍었다. 동상 뒤편의 건물은 본관 건물이 아닐까 하는데, 그 전날 저녁에 어두운 가운데 둘러볼 때 중국 학생하나가 그 건물에 대해서 하던 얘기를 흘려 들어서 잘 모르겠다. 그 전날 둘러본 것이 마오쩌둥 동상을 기준으로 학교의 남쪽이었던지라 북쪽으로 더 가 보았는데, 그 쪽은 별로 찍고 싶어지는 건물도 없이 한적했다. 전반적으로 건물들이 상당히 낡아 있었다. 호텔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제법 있어 보이는 건물이 있었는데 수영장이라고 한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주변 건물과 잘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래도 그 건물만 떼어 놓고 보면 바닥에 납짝하니 날렵하게 붙어 있다.

중국에 있는 동안 계속 요런 표정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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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가득. 내가 왜 여기와서 이 고생이지 하는 듯한 표정. 실제로 중국에 있는 내내 어서 빨리 그 나라를 뜨길 고대하고 있었다.

둘째날 저녁에는 중국애들과 함께 시내를 둘러보고 왔는데 그 동네에도 노래방이라는 물건이 있더라. 하지만 우리 나라 노래방에 비할 건 못 된다. 노래를 고르는 기계도 우습게 생겼고 한국어 번역도 아주 어이가 없다. ㅋㅋ 수컷 가수라니... 반주도 별로. 음질도 별로. 음향효과도 없다. 분위기 너무 썰렁할 거 같아 어거지로 노래를 몇곡 했는데, 부를 때 너무 쌩 목소리가 나와서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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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건물이 있던 맞은 편은 싱하이 공원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다음날 오전 excursion 때 다시 들렀다. 꽤 넓지만 황량한 공원이다. 시간이 늦어 밤에는 별로 둘러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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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애들이나 중국애들이나 술을 빼 놓을리 없는지라, 다시 학교 근처로 돌아가서 술을 마셨다. 학교의 서문 근처에 일종의 시장 골목이 있는데, 시간이 늦으니 가게가 많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대충 10시 근처였던가. 시장도 그리 밝지가 않았다. 사진은 온통 백열등 불빛에 누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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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무지하게 지저분함 -.-;;;

시장 골목 입구의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술을 먹었다. 이 동네에는 우리나라처럼 "술집"이라는 것이 없고, 식당이 술집이고 술집이 식당이다. 우리가 들어가자 따로 떨어져 있던 테이블들을 한데 모아서 커다란 덩어리를 만드는데, 우리나라 같았으면 길게 두 줄 정도로 만들었을 것을 여기서는 무조건 한 데 뭉쳐버린다. 특이한 습관이다. 무조건 한 덩어리로 모여서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식당의 커다란 원형 탁자도 그런 습관에서 비롯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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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소위 빼갈이다. 예전에 방돌이가 마트에서 사와서 둘이서 한잔씩 하고 그 향 때문에 바로 버렸던 그 공보가주라는 물건하고 비슷한 냄새가 났다. 알콜 함유량은 46%. -.-;; 저게 그 동네 술 치고는 약한 축이라는데 쫌 어이가 없다. 게다가 잔은 또 어찌나 큰지 -.-;; 맥주잔인 줄 알았다. 나중에 술 먹는 중간에 중국애들이 그러는데, 드라마에서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소주를 아주 작은-.-;; 잔에 마시는 게 신기했단다. 헛. 우리나라 중국집 가면 다 쬐만한 잔에 빼갈을 먹는데 그건 도대체 뭐냔 말이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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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메뉴판은 뽀나쓰. 알아볼 수 있는 건 없다. ㅋㅋ 암튼지간에, 저 음식들 중에서 내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는 사실. ㅠ.ㅠ 젠장 중국 음식 싫어. 중국 술 싫어. 중국 냄새 싫어.

다음날 아침에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 다음에 excursion, 소위 소풍 -.-;;을 갔는데 엄연히 웍샵 행사의 일부이다. 차라리 그런 거 하지 말고 빨리 한국에 보내줬으면 했다. 첫번째 들른 곳은 전날 저녁에도 갔었던 싱하이 공원이다. 설명도 귀찮고 그냥 사진만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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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에 안개가 끝내주게 심하더군. 근데 그 상황에서 웨딩사진 찍으로 온 사람들도 있더군 -.-;;

다음에는 무슨 해변가의 다리를 구경하러 갔다. 역시나 안개가 몸에 척척 감길 것 같은 날씨에 이번에는 심지어 바람도 불었다. 짠내 나는 바람 덕에 온몸이 찝찝. -.-; 그다지 대단한 풍경도 아닌데 한참 공사중인 도로를 달려서 그 먼 데까지 간 것이 좀 납득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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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 때 우리를 안내했던 중국 학생들(이라고 추청됨)과 오른쪽 끝에 우리랩 신입생 여자애. 좀 4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진 듯한 애다. 근데 저 중국 여학생과 손을 꼭 붙들고 다니는데, 이번에 처음 본 사이가 맞는 건지... -.-;; 암튼 어떻게 친해졌든 손 꼭 붙들고 다니는 여자들 습성은 솔직히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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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한 학생들과 우리랩 여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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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불가


어쨌거나, 별로 달갑지 않았던 중국행이 끝났다. 마지막 날은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 향신료 냄새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다. 고픈 배를 안고 돌아오는 길이 힘들었다. 결국 대구에서 버스를 갈아타기 전에 랩 애들과 아무 가게에나 들어가서 일단 밥을 먹었다. 하필 들어간 곳이 국밥집이어서 또 기름기 있는 걸 먹긴 했는데, 대신 김치와 깍두기를 엄청 먹어댔다. 하하.. 그제서야 한국에 돌아온 것이 실감나고 안도감이 느껴졌다.

에고에고... 내 이제 중국에는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가지 않으련다. 중국 애들은 좀 순박한 면도 있고 나쁘지 않은데, 중국의 음식이나 주변 환경은 참 불편하다.



ps. 한가지 빼 먹은 것. 중국에서 출국하기 위해서 대련공항에서 security gate를 통과하는데 엄청나게 깐깐하다. 일이 형이 줬던 내 터보 라이터 압수당했다. 그냥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리더라. 무지하게 기분 나빴다. 중국에 대한 인상이 나빠졌던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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