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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흉내내기

August Rush

by Lbird 2007. 12. 27.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라는 음악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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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Rush라는 이름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정해지는 아역 주인공(에반)의
예명이다. 이 장면은 TV 영화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장면이니 여기에 다시
재구성을 해 보자면 이렇다:

'위저드'가 '에반'을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한다.
"넌 훌륭한 녀석이 될 거야. 그런데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이름 말이야.
넌 바라는 게 뭐니?"
"엄마 아빠요(parents)!!"
"음.. -.-;; 그래. (얘 왜 이래...)"
이때 약간은 철이 지난 광고판이 붙은 버스 하나가 지나간다.
'August Rush to the Beach!"
"(그래 이렇게 하자.) 자, 저거 보이지? 뭐가 맘에 드니? (아무거나 골라라.)"
"비치(Beach)요!"
"하하.. -.-;;; (뭐야 이거. 얘 진짜 왜 이래...) 그래 그것도 좋은데
그건 좀 아니다. 그래! 저거 어때. August Rush!"
"와! 좋아요."
"(그래 니가 무슨 생각이 있겠니 -.-;) 그래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카~수! August Rush를 소개합니다! 어때 멋지지!"
"네! August Rush! 좋아요! August! August!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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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r in the dark, 2000년 작

'위저드'는 불쌍한 사람이다. 로빈 윌리엄스가 역할을 맡았는데, 첨엔 로빈 윌리엄스인 줄 알아보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럴 정도로 그 배우와는 쫌 안어울리는 찌질한 인물이다. 인생~이 불쌍한 인간.

사실, 영화 장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August Rush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그 장면이다. 나머지 장면들은 어디선가 다른 영화에서 본듯한 장면들이거나, 스토리는 잊고 오로지 음악과 리듬으로 기억되는 장면들이다.

처음에 바람에 춤추듯이 휘날리는 갈대밭(옥수수 밭인가?)에서 에반(어거스트)가 온몸을 자신 내면의 음악에 맞춰서 흔들거리는 장면이나, 뉴욕의 정신없는 거리에 뚝 떨어져서는 주변의 소음 하나 하나가 악기의 소리처럼 살아 움직이는 장면(이 장면은 '어둠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의
장면들을 떠 올리게 만든다.). 또 '위저드'와 아이들의 소굴인 버려진 극장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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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k, 1991년 작

이 장면은 오래된 '후크(Hook)'라는 영화에서 피터팬의 친구들인 고아들의 아지트를 떠 올리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후크에서도 로빈 윌리엄스가 그 아지트에 등장한다. '위저드'가 아닌 '피터팬'으로) 이런 장면들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다.

마지막에 어거스트(에반)이 central park 야외 공연에서 결국 부모와 대면하게 되는 장면도 기억에는 남지만, finale에 쓰인 장면 치고는 감동에 온전히 젖기에는 힘든 장면이었다고 생각된다.

어쨌든, 훌륭한 음악이 있는 영화다. 에반이 생전 처음 보는 기타를 치는(말 그대로 두드리는) 장면은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공원에서의 첫 공연. 기타가 저런 소리를 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완전히 빠져 들었었지. 또 루이스(에반의 아버지)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둘이서 같이 기타를 치던 장면. 루이스의 세련된 연주와 에반의 '두드리는' 연주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감동으로 다가왔지.

하지만, 뜬금 없이 줄리어드 음대에 들어간 후의 장면들이나, central park 공연의
리허설장에서 에반이 위저드에게 끌려 나오는 신파극 같은 장면들은 영화에
독이 되는 장면들이었다. 여자 주인공(August Rush의 어머니)이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도 불만이긴 하다. 얼마전에 화제가 됐던 Once라는 음악영화와 비교하자면,
Once에서는 음악이 그 자체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면, August Rush에서는
영화의 스토리와 음악이 잘 어우러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음악 때문이다. 음악...
영화를 보고 나와서 바로 OST를 샀다. 그리고 그 CD는 선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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