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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흉내내기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 없는 독"

by Lbird 2007. 12. 24.
오늘 집에서 할일 없이 뒹굴뒹굴하면서 미유키 아줌마의 소설
"이름 없는 독"을 다 읽었다. 이 책은 올 초에 판타스틱이라는
잡지를 정기구독하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책이다. 결국 이 책도
읽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군. 하긴 그 동안 이러저러 다른
책들을 찝적거리는 통에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

몇월호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판타스틱에서 이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실렸었는데, 그때 이 "이름 없는 독"이라는 소설에 대한
평가는 "잔잔한"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다 읽고 난 나의 소감도 "그래
참 잔잔하군" -.-;;이라는 거였다. 사실 이 소설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추리소설에 넣는 것이 가장 합당한지라, 추리소설이 잔잔하다는 말은 사실
그다지 좋은 평가는 아니다. 그래도 이 미유키라는 아줌마의 글 솜씨는
꽤 괜찮은 편이어서 읽는 동안 그렇게 심심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범인이 누구냐"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지도 않고, 막상 범인이
밝혀지는 장면이나 중간에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장면에서도 긴장감은 훨씬 덜한 편이다. 오히려 소설의 분위기가 너무
잔잔하다 보니, 방금 말한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의 위기가 처음 찾아 올
때는 "아아아.. 드디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왠지 추리소설, 내지는 서스펜스 류의 소설을 읽었다기 보다, 좀 긴(좀
많이 길지 ㅋㅋ) 신문 사회면 기사를 읽는 느낌이었다. 고백하자면,
미유키라는 작가의 명성이 상당한 편이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기대를
꽤 했었는데, 솔직히 그 기대에는 좀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생각의 각도를 바꿔서 본다면, 그냥저냥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괜찮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시간을 떼워야 하는데 막상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게임이나 머리 아픈 논문을 읽는 것이 내키지
않을 때, 그러니까 기차나 버스를 탄다거나 비행기에 갇혀서 몇시간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거나 할 때에는 괜찮다는 말이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소설 중에서는 "스나크 사냥"이라는 소설이
유명한 모양이다. 서평에 보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중에서 가장 속도감이
높은 소설이라고 한다. 언젠가 총알이 좀 생기면 그 소설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이름 없는 독"은 생각할 거리는 던져주긴 하지만 템포가 너무 늘어진다.
그래서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맛있는 양념갈비 1인분을 두시간에
걸쳐서 먹은 그런 느낌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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