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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수상(愁想)

by Lbird 2007. 7. 18.
2007/06/21 10:13에 끄적였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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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수원 가는 길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때의 일인데, 국어 시간이었는지 문학 시간이었는지
어쨌거나 어떤 수업에서 글짓기 과제를 내 준 적이 있었다.
나이가 많이 드신 선생님이셨는데, 그 선생님 인상이 좋아서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글짓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목은 "愁想" 이었다. 말 그대로 우울한 생각이란 뜻이다.
선생님께서 점수를 메겨서 가장 우수한 작품 순으로 몇 편을
소개했던 듯하다. 내 작품은 물론 가장 우수한 작품은 아니었다.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내 생각을 해주시는 것이었는지
"愁想"은 좋긴 한데 너무 우울하다. 라고 해 주셨었다. -.-;
나의 센티멘탈리즘은 그야말로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 클래스에서 최우수 작품에 어떤 상품 같은 것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상품이 있었든 없었든 나는 꽤
만족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그런 다소 우울한
감상을 제대로 다듬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드물게 찾아오는 감정 표현의 기회. 나는 최선을
다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래서 만족했던 듯하다.

요즘에는 어떨까. 나는 내 감성을 꾸미지 않고 표현할 만한 기회를
가지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그때 그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비해서
더 나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무슨 글을 쓰더라도 단편적인 끄적임이거나,
좀 길고 다듬은 글이다 싶으면 십중팔구 가식적인 내용을 담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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