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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 흉내내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by Lbird 2006. 11. 9.
사실 나는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부러웠다.

얼음보다 더 한 냉혹함, 죽음조차 이겨내는 인내심, 흉내 낼 수 없는 노력,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치밀함,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세상 모두를 비웃을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천부적인 자질...

그것이 살인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거침 없이 해 낸다는 점만을 빼고 나면
세상을 성공적으로 -- 물론 세속적인 의미에서 -- 살아가기 위한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르누이는 거기에 더해서 세속적인 무엇에도 유혹되지 않고
오직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무서움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끊임 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을 가장하고, 때로는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완전히 방치해버리기도 하는 불완전한 성격의 나로서는 감히 비교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또 하나 마음 한 구석이 부르트는 소리를 듣고도 감히 용기를 내서
보듬지 못하는 나를 볼 때, 그르누이, 그는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다.
아니, prodigy, 괴물이다. 영원히 동경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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