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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포만감

by Lbird 2006. 4. 5.
난 배부른 것을 배고픈 것 만큼이나 싫어한다. 물론 배부른 것을 싫어한다고
해서 배고픈 것을 더 잘 참아낸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끼니 때를 지나도록
배를 비워 두는 것은 일단 본능에서부터 꺼려 하는 일이니 배고픈 것도
싫어하긴 한다. 하지만, 배를 잔득 채우고 편한 자세로 기대어 앉아서
배를 슬쩍슬쩍 두드리면서 포만감을 만끽한다든가 한 일이 내 기억에는
별로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부른 배를 당황해 하면서 어떻게 하면 빨리
꺼트릴까를 고민했던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다.

예전에 어떤 후배와 밥을 같이 먹고서 담배를 한 대 피우니 그 후배가 말했다.

"형, 배부르고 깔끔한 기분을 담배로 망치는 게 그리 좋아요?"

대답했다.

"난 배부른 게 깔끔하다고 느껴 본 적은 없는걸?"

나에게 배가 부르다는 것은, 당장 영양 섭취를 못해서 죽을 일은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 정도밖에는 주지 못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 뱃속의 음식물들을
어서 빨리 분해해서 몸 이곳 저곳에 저장하지 못하는 나의 게으른 소화기관들을
탓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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